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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권건오/엄이도령(掩耳盜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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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가 되어 봉사하려는 분들께 "

[당진시대시론]

엄이도령(掩耳盜鈴)
" 대표가 되어 봉사하려는 분들께 "

권건오
당진축협 감사실장
국립공주대학교 강사

중국 진(晋)나라 때 명문인 범씨 집안에 가보로 전해 내려오는 종(鍾)이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그만 이 집안이 몰락하게 되었다. 집안의 사정이 그 지경에 이르자 어느날 밤 어수선한 틈을 노려 도둑이 종을 훔치러 들어왔다. 그러나 종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가져 갈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도둑은 종을 부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가져가기로 작정을 하고 커다란 쇠망치로 힘차게 종을 내려쳤다. 그러자 종은 힘차게 내려친 만큼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울려 온 밤하늘을 흔들어 놓고 말았다. 이때 도둑은 얼른 자기의 귀를 막고는 자기에게 들리지 않으니까 남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것은 『엄이도령(掩耳盜鈴)』 즉 자기의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고사의 한 토막이다.

올 상반기부터 새로운 조합장의 선거가 실시되는 협동조합이 많아진다. 벌써 우리지역의 일부에서는 선거가 실시되었고 후유증을 나타내는 곳도 있는 듯하다.
협동조합장이란 정말로 소외당하고 있는 농민의 의견을 결집하여 대변하고 경제적 위상의 향상과 권익을 신장시켜가야 하는 막중한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자리이다.
그래서인지 나서는 사람들의 출마의 변을 들어보면 나름대로의 명분은 물론이고 이유도 다양하다. 그러면서 빠뜨리지 않는 내용은 지역과 주민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봉사(奉仕)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번째 의미로 “남의 뜻을 받들어 섬김”이라고 쓰여있다.
요즘 선거에서 남의 뜻을 받들어 섬기기 위해 돈을 써 가면서 표를 얻어 봉사할 기회를 만들려는 모습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상함은 말할 것도 없고 존경심까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정말로 봉사를 위해서 나섰다면 선거비용을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하고 마음과 몸만으로 깨끗한 분위기의 선거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또 이런 질문도 해보고 싶다. 그렇게 봉사하겠다고 나선 분들이라면 이왕지사(已往之事) 선거 비용으로 사용할 자기의 재산을 털어서 임기 동안의 경비로 사용할 용의는 없는가 라고.
그런데 선뜻 나서서 맡아줄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논리적으로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는 점은 남의 뜻을 받들어 섬기겠다는 분들의 태도가 당선 후에는 어떻게 하나같이 자기 뜻을 받들어 섬기는 사람으로 바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남들은 알아주지도 않는데 자기 스스로 대단한 척 하면서 자기가 없으면 이 조직이, 이 나라가, 우리의 의회가 곤두박질을 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출마 때의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면서 외쳐대던 약속은 어디로 사라지고 자기의 귀를 막고 쓴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큰 정치판이나 작은 우리지역사회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봉사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이 자기의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엄이도령(掩耳盜鈴)』의 고사에서처럼 어리석은 도둑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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