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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1.03.26 00:00
  • 수정 2017.08.10 17:04
  • 호수 363

당진참여연대 조순형 사무차장이 추천하는 <털없는 원숭이>
원숭이가 인간에게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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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사진)

「털없는 원숭이」

데스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펴냄
값 6,000원

조순형
당진참여연대
사무차장

원숭이가 인간에게 남긴 유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롭고 감동적인 성찰이 여기…

요즘 읽은 책 중에 내게 특별한 감동과 즐거움을 준 책이 있다.
영국의 저명한 동물행태학자가 쓴 ‘털없는 원숭이’다.
이 책은 인간의 본질을 다소 생소하게 접근한다. 책의 부제 ‘동물학적 인간론’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을 순수하게 동물적인 입장에서만 관찰한다.
그래서 처음엔 전문가를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닌가 싶었는데, 누구나 읽어봄직한 흥미진진함을 지녔다. 그리고 쉽다는 데 권해볼 만하다.
그것이 아마도 우리의 동물적 근성을 다룬 것이어서 접근과 이해가 빠른지도 모르겠다.
작가 데스먼드 모리스는 인간을 ‘털없는 원숭이’라는 다소 언짢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동물행태학자 특유의 시선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를 해석한다.
작가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의 문제나 문명 등에 대한 장황한 표현은 모두 생략한다.
대신에 다른 동물들도 하고 있는 일들. 음식을 먹고, 몸을 손질하고 잠자고 싸우고 새끼를 돌보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털 없는 원숭이’는 어떤 반응을 보이며 그의 반응은 다른 원숭이나 유인원의 반응과 얼마나 비슷한가?
이 속에서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 종이 갖고 있는 복잡한 본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착상과 분석과 묘사를 보면 참으로 독특하고 흥미롭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 넘기는 현상과 행위들은 그의 관찰을 거치면서 새로운 의미와 문법을 얻는다.
이를테면 오늘날 남성들의 흥분을 자아내는 여성의 젖가슴은, 단순한 젖먹이 기관이 아니라, 수컷이 암컷을 뒤에서 공격하던 시절의 유혹기관이었던 엉덩이가 자기모방을 거쳐 그렇게 변형된 것이다.
선홍색의 입술과 우뚝 솟은 코는 남녀 성기의 2차적 싱징이며, 낯선 자리에 가 앉게 된 사람이 귓불을 만지작거리거나 코를 후비는 동작은 먼 옛날 조상 원숭이들이 적과 만났을 때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거나 위장하기 위해 내보이던 허튼 수작들이 전해 내려온 유산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인류가 동물로 전락하는 낭패감을 느끼게 될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존경과 감탄으로써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마치 갓난아이가 자라면서 말을 배우고 두발로 서고, 마침내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일어서는 것을 목격할 때 느끼는 경이와도 비슷하다.
인류가 진화해 온 역사는 그처럼 감동적이다.
우리 자신은 지금 여기에 이토록 안락하게 앉아 있지만, 우리의 조상 원숭이들은 얼마나 힘겨운 고난과 눈물겨운 노력을 거치면서 그들의 유산을 우리한테 물려준 것일까?
그러기에 이 책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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