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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2006년 04월 14일 () 13:03:00 webmaster@mjmedi.com
   
 
삶과 죽음을 되돌아보는 책

저자, 능행은 정토마을에서 삶의 마지막을 당한 사람들이 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잘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일을 10년 넘게 해온 비구니 스님이다.
그러나 이 책의 실질적 공저자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고, 남아 있는 짧은 삶을 통해 다양한 죽음의 모습과 길을 보여준 천여 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능행 스님과 함께한 수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의 슬프고 아름답고 애절한 만남과 이별의 진솔하고도 생생한 이야기이다.

능행은 오늘도 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고귀하게 이 세상을 이별할 수 있도록 여러 봉사자들과 함께 정토 마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에 불과 죽음을 두 달 앞둔 맑은 눈의 사랑스런 아가씨,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애인과 가족, 어린 딸을 두고 차마 눈을 감지 못하는 엄마와 그 딸을 안고 아내의 주검을 떠나는 아빠,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재산에만 눈이 돌아가는 자식들….
한 사람의 죽음과 그 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은 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읽다 보면 자칫 감상과 애환으로 빠지기 쉽지만, 그것은 이 이야기의 본류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의 치열한 삶, 가치 있고 소중한 삶이 더 근본이다. 결국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소중함과 고귀함, 아름다움을 말한다.
죽음은 모든 것을 드러낸다. 높은 지위, 많은 재산, 뛰어난 학식과 경륜으로 고고한 척 뻐기고 살았어도 두렵거나 몽매한 죽음은 그 위선을 벗기고 잘 살지 못했음을 말한다.
근근이 살았어도 성실하고 선량하게 살다가 소풍가기 전 날 같은 기분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임종을 한다면 참 잘 살았음을 말한다.

대다수 나름대로 부지런히 열심히 살지만 선택적으로 깨어서 살지 못한다. 그러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음이란 일생일대사를 공포스럽게 맞이하고 술 취한 듯 경험한다.
사람의 한 평생 일대사 중에 태어남과 죽음만큼 큰일은 드물다. 두려워하고 포기하고 외면하고 터부시한다고 해결날 일이 아니다.
죽음의 답은 이 삶! 바로 오늘의 삶에 있다. 아름답고 가치롭고 빛을 밝히는 삶이었다면 죽음은 공포나 자가마취가 아니라 가장 극적이고 평화롭고 행복한 ‘happy ending’이 된다.

마감이란 때로 좋다. 마감이 있기에 한정된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찾게 되고 허망한 것들로 자신의 삶을 채우기 위해 급급하지 않고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을 되묻게 된다.
사랑은 담대하여 두려움이 없나니…. 죽음에 대한 답은 삶이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 <값 9천5백원>

신홍근
서울 마포구 평화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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