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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1.04.19 11:34
  • 호수 1350

[기고]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
마음이 즐거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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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즐거워하는 일은 몸도 즐겁다. 얼마의 시간이 들어가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돈으로 매겨지는 가치도 전혀 상관없다. 일을 하는 내내 마음에 행복이 차오른다. 이보다 더한 가치가 그 무엇이 있으랴.

지난해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두 번 2시간씩 장애인 참여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시문학’ 프로그램과 심리정서지원 집단 ‘꽃길만 걷자’ 프로그램이다. 매주 아침이슬처럼 맑고 고운 참여자들과 만나 그들의 순수에 물들었다. 그들이 가진 순수의 노래를 그들의 언어로 자유로이 행복하게 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나누었다.

시를 함께 읽고, 그림을 상상하고, 그림책으로 풍덩 들어가 시공간을 유영했다.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그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빛깔의 멍석을 깔아 주었다. 그리고 각각의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다른 장소, 다른 대상들과의 만남에서보다 더 활기찬 에너지를 뿜었다. 더 큰 목소리와 더 큰 웃음과 더 큰 몸짓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탄사를 연발해내며 아주 작은 변화에도 놀람으로 화답했고 작은 몸짓을 알아차려주며 “잘한다 잘한다”고 인정해주며 칭찬해주었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닐 수 있게 함께 공유했다. 모르는 것은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일 뿐임을 함께 느꼈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 삶에서 최고다. 왜냐하면 이 세상 누구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아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살아내느라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이 살아온 삶에 대해 모를 수 있다. 그러니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모르는 것을 숨기려 하거나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나아가 모르는 것을 알면서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장애인 참여자들과 1년 동안 18번의 만남을 가졌다. 여러가지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 관계하고 소통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했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어울리며 기쁨과 행복이 더해지는 경험을 했다.

참여자들은 서로 친밀함을 나누며 행복한 웃음을 만들어 갔다. 일주일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함께 만들어 나갔다.
그들과 함께 했던 결과물들이 한가득 쌓였다. 참여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그들의 삶을 담은 시와 그림이 되어 작품이 됐다. 그들과 함께 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풀어 정리를 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참여자들의 얼굴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과 나눈 순간이 영상처럼 펼쳐졌으며 그들이 쓴 시와 이야기에 콧등이 찡해졌다. 자꾸만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머무르게 됐다.

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내 삶의 경험에서 터득한 진리를 사람들과 나누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뿌듯하다.

글을 쓴다는 일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한번도 자신의 삶에 대해 글을 써본 경험이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참여자들이 글을 쓰면서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게 이끌어주고, 쓰는 것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나는 그 일이 너무 좋다. 그래서 수업을 마무리 할 때마다 참여자들과 나눈 시와 이야기, 그들의 손으로 탄생한 그들의 삶을 책자로 편집해 만드는 일은 행복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의 과정이지만, 너무 소중하고 귀한 의미있는 시간이고 일이다. 마음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며 오늘을 살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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