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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바둑의 발견 1, 2
2006년 04월 28일 () 13:04:00 webmaster@mjmedi.com
   
 
현대 바둑을 명쾌하게 분석한 책

그야말로 화창한 봄날입니다. 중국에서 불어닥치는 황사만 없다면 야외활동 하기에 무척 좋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는데, 그래도 저는 외출보다는 ‘방콕’을 더 좋아합니다. 산과 들에 넘쳐나는 인파를 헤집고 다니기도 싫거니와,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 있는 까닭입니다. 바로 ‘난가부(爛柯斧)’ 전설의 주인공인 바둑 덕택이지요.

사실 우리의 여가활동 중 바둑만큼 복잡 다난하게 해석되는 게임도 없을 것입니다. 에워싸면 따먹고, 나중에 집 수를 헤아려 승패를 결정한다는 아주 간단한 규칙만 익히면 삼척동자(三尺童子)부터 팔순촌로(八旬村老)까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도, 무궁무진한 그 깊이는 배울수록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바둑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진리는 너무나 단순한 것이지만, 그 진리를 찾아내기란 너무나 복잡한 것처럼…….

최근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은 ‘바둑의 발견’, ‘바둑의발견 2’는 이런 바둑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포석, 중반 전투, 그리고 끝내기 등과 같은 바둑 두는 기술, 즉 행마법에 대한 설명보다는, ‘바둑이란 무엇인가’란 화두 자체를 천착함으로써 바둑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바둑 실력이 온라인대국 시 고작 1~2단을 오르내릴 뿐이고, “즐기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10분 내외의 속기로 일관하며, 주로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는 취향입니다. 따라서 학문적인 냄새가 풍기는 문용직 님의 바둑 책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둑명문 충암고를 나온 현재 5단의 전문 기사가 대학은 영문과를 졸업하였고 박사학위는 정치학으로 받았다는 것이 제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아울러 목차에 실린 ‘패러다임’이란 용어가 더욱 눈길을 끌어 구독하게 되었는데, 일독 후에는 오로지 찬사를 쏟아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답니다.

문용직 님은 바둑의 본질을 알기 위해선 인간의 한계인 ‘불확실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둑판에 펼쳐진 흰 돌과 검은 돌의 조건 아래에서 - 친숙한 우리들 용어로 하면 흑과 백, 즉 음양의 시공간적 변화 환경 하에서 - 어떤 수가 좋은 수인지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바, 바둑에 대한 인간 사고의 흐름은 확실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나타난 제반 현상은 ‘패러다임’과 ‘이론’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저자는 요즘의 이른바 과학적 논리를 토대로 문학·역사·정치·통계 등 현대 학문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고금의 방대한 자료를 종횡으로 구사하면서 2000여 년 동안에 걸친 바둑의 발전 양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덤(현재 5~6집 반)의 타당성·위기십결(圍棋十訣)로 대표되는 바둑 격언의 허실 등 현대 바둑의 수준과 난제를 명쾌하게 분석해냄으로써 바둑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일찍이 공자님께서는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知者”라 하였습니다. 바둑도 ‘그까이꺼’ 놀이로 즐기면 그만이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값 각 권 1만3천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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