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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2006년 05월 06일 () 10:03:00 webmaster@mjmedi.com
   
 
탈북자의 사랑 이야기

1999년 『쉬리』로 시작되어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까지 개봉한 해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모두 남과 북의 분단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라는 것이다. 시대와 상황이 다를 뿐이지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우리 민족의 여러 모습을 담으면서 많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 외에도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부쩍 남과 북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사상적인 접근보다는 휴머니즘과 코믹한 설정 속에서 다뤄지는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더불어 이산가족 상봉 사업, 금강산 관광 등으로 인해 형성된 화해 무드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최근 필자는 북한 영화사 연구라는 학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뜻하지 않게 북한영화를 매주 접하면서 북한 영화만의 특징을 조금씩 찾고 있는 중이다. 물론 기술적인 면이나 내용적인 면 등 우리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영화이지만 그들이 영화를 통해 북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하나 밖에 없는 주제를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창조하면서 이끌어 나간다는 사실에는 경의를 표할 정도이다. 1992년에 시작한 『민족과 운명』이라는 영화가 마치 TV 드라마처럼 현재 100부작을 향하여 제작이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만수예술단 호른 연주자인 김선호(차승원)는 남한에 있는 할아버지와의 비밀편지가 발각되면서 결혼을 약속한 연인 연화(조이진)를 두고 탈북을 하게 된다. 연화의 탈북 자금을 위해서 남한에서 갖은 고생을 하는 선호에게 경주(심혜진)가 다가오고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을 각오하고 연화가 선호를 찾아 국경을 넘어 내려오게 된다.
남북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이 간첩이나 북한 군인들이라는 주인공의 신분 때문에 북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과 달리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국경의 남쪽』은 북한 사람들과 탈북자들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다루면서 분단 상황에서 겪는 멜로드라마의 애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경의 남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상류층인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는데 있어 헐벗은 모습이 아닌 생동감 있는 평양의 거리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보면 남한에서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존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있다. 이러한 평양의 거리는 원래 북한이나 중국에서 촬영을 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어 남한에서 촬영되었지만 실제 탈북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평양의 거리와 함께 다양한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줌마』, 『장미와 콩나물』 등의 TV 드라마를 연출했던 안판석 감독의 데뷔작인 『국경의 남쪽』은 평이한 구성으로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한계를 드러냈던 기존 분단 영화와 달리 살아있는 인간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성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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