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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환관과 궁녀
2006년 05월 26일 () 13:04:00 webmaster@mjmedi.com
   
 
‘환관과 궁녀’의 새로운 역사기행

궁궐에서 살았으면서도 실제로 그 역할은 주변인들에 불과했던 환관과 궁녀는 역사 속에서 현재인으로서 가장 충실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역사의 휘장 속에 가려져 있었다. 이번에 발간된 박영규님의 『환관과 궁녀』는 이러한 그들에 대한 새로운 우리 역사의 기행이라 할 수 있다.

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왕명을 조정에 전달하는 중요한 업무에서부터 왕의 밑을 닦아주는 더러운 일까지 그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새로운 왕조가 바뀌어도 환관과 궁녀는 그대로 궁궐을 지키면서 새로운 왕은 그들에게서 궁궐의 법도와 예절을 배워 궁궐살이를 이어가고, 자신의 자식들을 그들에게 맡겨 키운다.

특히나 환관은 이렇게 왕에게 밀착된 그들의 삶이었기에 중국의 경우에 환관들이 마음대로 설치고, 심지어 정치·경제·외교권을 모두 장악하기도 하고, 나아가 황제를 마음대로 갈아치우기까지 했다. 진시황 때의 환관 조고가 그러했고, 후한 말의 십상시가 그러했으며, 당나라는 환관이 지배하고, 북송은 환관이 나라를 말아먹었으며, 명나라에 이르러서는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군권과 경찰권까지 모두 환관이 장악하였으니 중국의 역사는 환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환관은 고려말에서부터 환관 제도가 정착되어 간혹 역사의 굴곡을 만들긴 하였으나 대체적으로 평온하였다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왕의 건강과 그들의 활동은 직결된다는 점이다. 특히나 궁녀들의 활동은 환관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왕조시대의 유일한 여성공무원으로서 재상들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위엄을 갖춘 세력이기도 하다. 때로 제왕의 성은을 입어 후궁이나 국모에 오르기도 하고 때론 왕의 어머니로서의 역할까지 감당하였던 그들이기에 적잖은 관심을 일으키게 한다. 물론, 이러한 궁녀들과 더불어 의녀 가운데 내의녀는 궁궐에 근무했기 때문에 궁녀에 버금가는 역할이 수행될 수 있었는데, 실록에 심심찮게 기록된 에로틱한 소재들도 흥미를 더해준다.

조선의 의녀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왕조시대 유일한 여자의사들이기에 우리 나라 의학의 발달사로서의 가치는 훌륭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주요임무인 부인병 치료와 더불어 최근에 우리의 눈과 귀에 익숙한 대장금과 장덕 및 귀금 등과 같은 의녀에 관한 활동도 엿볼 수 있음은 퍽이나 뜻깊은 일이다. 왕조시대의 사라져간 역사이긴 하지만 그들은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다 갔으며 늘 역사의 그림자 속에 갇혀 지낸 셈이다. 그런 그들이 궁궐에서 살다가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했던 주변인이란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나마 대중 속에 다시 살아있는 화제로 끄집어 낼 수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값 1만4천9백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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