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더불어 생각하며]안승환/개집에 얹혀 사는 세식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불어 생각하며]
개집에 얹혀 사는 세식구

안 승 환
한터우리문화연구소장

우리집 식구는 너덧쯤 된다. 사람이 셋이고 짐승이 하나 아니면 둘이다. 사람은 팔십쯤 어머님, 육심쯤 아내, 나, 그리고 짐승은 가끔 심심치 않게 천정에서 누리며 사는 생쥐와 작은 강아지다. 작년에 가까운 형의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색깔이 튀기라며 아이들이 잘 돌보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며 적적한데 내게 길러보라고 해서 우리 가족이 된 것이다.
‘바다’라고 그곳에서 이름 지어진 강아지다. 품종도 모른다. 애기 주먹만한 것이 ‘바다’라니, 바다만큼 넓고 크게 크라는 이름인지 너무 눈꼽만 하니까는 비아냥 대느라고 붙인 이름인지, 어쨌건 개를 좋아하는 나는 행복하기만 했다.
며칠이 지났다. 집에 오니 아내가 입이 샐쭉했다. 그것은 내 아내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표현방법이다. 슬쩍 물어보니 ‘바다’가 우리집에 주민등록 신고를 한 후에 계속 휴지, 걸레를 들고 그놈을 따라다닐 정도로 아무곳에나 다리를 번쩍번쩍 들고 다닌다고 그놈에게 벌을 주어야할 이유를 쯧쯧이 내게 일러바친다.
그러면서 아내말이 신기한 것은 ‘바다’는 다리만 들면 왜 오줌이 나오냐는 것이다. 그래서 제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서 오줌을 누는 것이고 숫개는 오줌이 마려워 누고 싶으면 다리를 들어야 오줌이 나오는 것이 그놈의 생리라고 설명을 했다. 아내는 눈을 깜짝거리며 내 설명을 이해하는 듯했다. 왜냐하면 내가 축산과를 나왔고 그중에서 강아지 사양학도 배운 줄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맨날 휴지통 들고 조거(바다)를 계속 쫓아다녀야 하는거냐’고 묻는다. 할말이 없다. 아마 제집 표시를 완전하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소파 위에 있는 작은 담요를 들썩였더니 개 오줌냄새가 난다. 말도 못하고 꼬마 ‘바다’를 째려 보았다. 알아차렸는지 귀를 뒤로 제치고 잘못을 아는 듯한 표정이다. 나는 그것도 이뻐보이고 아내는 마땅치 않은 표정이고 이렇게 사정이 복잡해졌다.
식탁 다리밑, 소파 구텡이, 화분근처, 쌓아놓은 책 등 지가 다리 들기 좋은 곳은 그냥 남겨두는 법이 없다. 벌을 세우려 해도 나를 보고 신나는 표정의 몸짓과 눈빛에 내뜻이 통하질 않고 저하고 장난하자는 줄로 아는 것 같아 야단도 못친다.
어느날 자려고 이불을 제치고 털썩 누워 베개를 베었는데 목덜미가 척척했다. 깜짝 놀래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보니 흥건하게 오줌으로 젖어 있었다. 그 꼴을 본 옆의 아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고거 쌤통이라는 표정이고 요오렇게 두 주먹을 쥐고 달달거리며 재미있어 죽겠다고 한다. 당신을 사랑해서 베개에다 찌익 사랑의 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가시가 오백개나 박힌 말이다.
고사이 꼬마는 어느새 눈칠채고 잽싸게 들고 튀었다.
잠이 싸악 달아난 내게 “우리가 바다를 데리고 사는게 아니라 우리 세식구가 개집에 얹혀 사는 건가 봐요.”
아내의 말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