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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2006년 06월 16일 () 13:05:00 webmaster@mjmedi.com
   
 
비열한 인간 군상들의 거리

월드컵의 열기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거리를 지나가도, TV를 틀어도 온통 월드컵에 대한 것 밖에 없어 마치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정도다. 물론 이런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라 미리 예견된 거라서 극장가는 이미 여름 시즌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일찌감치 상영이 되고 있다. 이른바 ‘월드컵 쓰나미’ 현상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정말 간 큰 영화 한 편이 개봉을 했다. 바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로 월드컵한테 정면승부를 신청하고 나섰다.

떼인 돈 받아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삼류조폭조직의 2인자 병두(조인성)는 어렵사리 따낸 오락실 경영권마저 보스를 대신해 감방에 들어가는 후배에게 뺏긴다. 그러다가 조직의 뒤를 봐주는 황회장(천호진)으로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부장검사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난 후, 승승장구하게 된다. 또한 영화감독이 된 친구 민호(남궁민)를 만나게 되고, 연이어 첫사랑 현주(이보영)와의 사랑도 키워나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병두는 민호에게 하지 말아야할 이야기를 하게 되고, 민호는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조폭 영화를 만든다.

『비열한 거리』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서 제목을 가져왔고, 삼류 조폭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여타의 조폭 영화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진행 되지만 『비열한 거리』의 특징은 조폭 연기를 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독특하다. 재벌 이미지의 꽃미남 스타로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는 조인성이 삼류 조폭의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것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딘가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열한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병두의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하고 있다. 병두의 수하로 나오는 종수 역을 맡은 진구 역시 배역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비열한 거리』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상영시간이 2시간 21분이라서 본격적인 갈등을 일으켜야 되는 영화감독 민호와 병두의 에피소드가 너무 뒤로 쳐지는 바람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또한 현주와의 멜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역할에 불과할 정도로 전체적인 드라마에서 겉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비열한 거리』는 조폭들의 비열함에 씁쓸함을 느끼며, 선 굵은 연기를 펼친 배우들을 보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뜨거운 월드컵 열기와 맞서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내심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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