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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역 시민운동의 전문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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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 / 합덕여고 교사

얼마 전 경기 용인시 대지산 살리기 운동이 주민과 시민단체의 승리로 귀결된 일이 있다. 이 운동은 죽전지구 택지개발 구역에 포함된 대지산을 녹지로 지정하자는 운동으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와 나무위 시위라는 운동방식을 인구에 회자하게 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란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금과 자산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 및 문화자산을 확보한 후 이를 시민 주도 하에 영구히 보존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환경운동을 일컫는다. 나무위 시위는 벌목 위기에 처한 50m 높이의 삼나무에 올라가 2년 동안 생활하며 지켜낸 미국의 여성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 대지산 살리기 운동에서는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 정책부장에 의해 12일간 전개되었다.
이번 일은 당진화력 증설, 행담도 개발, 난지도 핵폐기장 유치 등 환경 관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하며 힘겹고 싸우고 있는 우리 당진 지역의 여러 시민단체의 활동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힘을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당진 지역은 10여년 전부터 때늦은 개발 바람에 휩쓸리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많은 환경 관련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질러진 경우도 있었다.
우리 당진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종류의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있다. 다수의 단체들은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몇몇의 단체들은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환경관련 문제들에 대해서도 환경관련 단체와 일부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활발한 대응을 펼쳐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대응 운동에 실질적인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각 단체가 지니고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참가를 강제할 수는 없으며, 소극적인 태도를 탓할 수도 없겠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많은 단체들이 실질적인 활동을 펼칠만한 역량을 지니지 못했다고 본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이름에 비해 실질적인 활동가가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명망이 있는 소수의 인사들은 다수의 단체에 중복하여 활동하고 있어 전문적인 식견이나 특화된 활동을 펼칠 만한 여력을 지니지 못한 듯하다.
그러기에 필자는 주제넘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즉 예전부터 동지적 유대관계 속에서 수많은 활동을 펼쳐 온 지역인사들이 전문적인 식견이나 개인적 관심 등을 바탕으로 지역 시민단체를 과감하게 재편하여 책임감 있게 특화하는 운동을 펼쳤으면 하는 것이다.
위에서 장황하게 언급한 대지산 살리기 운동의 성공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성을 바탕으로 많은 회원이나 활동가를 둔 단체의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소수일지라도 전문화되고 특화된 활동가들이 펼치는 적극적인 운동의 성과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말이다.
환경을 개념을 확대해 정치환경, 경제환경, 사회환경, 문화환경, 교육환경, 자연환경, 종교환경, 노동환경 등 모든 환경영역에 있어서 특화된 단체들이 전문적인 활동을 치밀하게 전개하고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에 힘을 보탤 필요가 생기면 지난 번 16대 총선에서 전개하여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연대활동을 이끌어내면 될 것이다.
특화와 연대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춘 활동을 전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시민단체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이제까지의 소극적인 운동의 한계를 탈피하여 그러한 사안이 발생할 틈을 주지 않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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