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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의 인연(因緣)
2006년 07월 07일 () 13:02:00 webmaster@mjmedi.com
   
 
哀而不悲의 정서표현한 원숙미 돋보여

왕의 남자 DVD가 발매되었다. 국내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영화답게 극장판, 확장판, 부가영상의 3장의 DVD와 OST CD가 고급스런 케이스에 담겨있어 소장욕구를 증폭시킨다. 준수한 영상과 음향의 극장판 영상을 감상하고, 부가영상을 보다가 뮤직비디오에서 이선희의 음악을 만났다. ‘인연’

뮤직비디오의 영상으로 영화 장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음반 제작사는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영화사는 자연스럽게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라 할 수 있다. 영상과 음악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지 홍보를 위한 어색한 뮤직비디오도 있는데, 인연은 노래와 영상이 가사에 맞춰 촬영한 화면처럼 잘 어울린다.

현재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며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잘 표현한 노래 인연. 태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위해 눈을 잃고 목숨을 끊는 슬픔 속에서도, 다시 태어나면 광대로 태어나겠다며 마지막 힘찬 도약을 하는 영화 왕의 남자. 마치 영화의 OST인 것처럼 음악과 영화가 조화를 이룬다.

인연은 작년에 발매된 이선희의 13집 음반 ‘사춘기’의 타이틀곡이다. 13집은 이선희가 가사와 곡을 직접 만든 7곡의 노래와 연주곡 한 곡이 수록된 신보 CD와, J에게 20주년 콘서트의 라이브 CD로 구성되어 있다. 라이브에 강한 이선희의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신곡보다도 라이브 음반에 더욱 관심이 갈 것이다. 라이브 음반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백언이 불여일청이라.

솔직히 필자는 이선희의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녀의 히트곡 ’J에게’, ‘아 옛날이여’, ‘갈바람’,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등에서의 파워 넘치는 창법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13집에서는 넘치는 성량을 절제하며 부른 편안한 노래를 들려준다. 소위 락커라고 불리는 전인권, 임재범 등이 나이가 들며 들려주는 변화된 창법과 유사하다. 또한 나이가 들며 쌓인 삶의 경험이 노래 속에 녹아 있어 오래된 장맛 같은 깊이가 느껴진다. 이런 것이 바로 원숙미일 것이다.

음반 제목이 사춘기(思春期)가 아니고 사춘기(四春期)이다. 한 곡 한 곡에 40대 원숙한 여인의 사랑이 스며들어있다. 소녀 시절의 사랑과는 다른 40대에 느끼는 사랑. 이런 노래가 진정한 성인가요가 아닐까? 뒤늦게 이선희의 노래가 좋아졌다. 애잔한 분위기에 푹 빠져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인연’을 듣고 있다. 노래를 들으면 잊고 지내던 자신의 감수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선희의 13집 음반은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품절이다. 이 정도의 음반이라면 스테디셀러가 되어야 할 터인데, 점점 더해가는 음반시장의 불황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3~40대 이상 가수의 원숙한 노래는 더욱 만나보기 힘들다. 환갑의 나이에도 새 음반을 내며 정열적인 활동을 하는 ‘에릭 클랩튼’,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강렬한 춤과 음악을 보여주는 58년 개띠 ‘마돈나’ 같은 중견가수를 보고 싶다. 가요무대 말고 인기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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