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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강의 고운 모래, 그만 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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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김종남
대전환경연합 총무국장

비단강의 고운 모래, 그만 파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수익을 내는 데 급급해 20세기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를 파내는데 기여했던 금강. 검은머리물떼새와 도요새, 청둥오리, 원앙이의 서식처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되고 있는 금강. 굽이굽이 340리 길을 대청댐이 막기 전까지 발원지 뜸봉샘부터 하구둑으로 많은 사람들의 역사와 사연을 감싸안고 흐르는 금강. 사람들의 강으로 충분히 활용되고 있으면서 강물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에 대해서는 그리도 인색했던 금강이 그칠 줄 모른 개발로 치명적으로 손상될 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강종합개발계획이 염두에 두고 있는 개발모형은 바로 한강. 너른 잔디와 수직으로 조성된 호안, 강물에 떠있는 유람선과 관광도로, 그리고 수많은 차량을 위한 주차장이 충청남도가 갖고 있는 금강개발의 최종 청사진이다. 누구도 바람직스런 개발유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그러나 충청남도의 책임있는 공무원들이 선택하기 가장 좋은 개발방식이다.
하천을 단순화시키고 하천생태계를 근본에서부터 변화시키는 이같은 하천개발은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2000년 충청남도가 내놓은 금강개발사업은 골재채취 연장을 중심으로 금강변에 선착장과 휴게소, 둔치조성, 주차장 및 체력단련시설 설치 등 각종 개발시설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이들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골재채취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금강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이 시설들을 만들지 않는다면 골재는 안파도 되는 게 아닌가?
둘째, 이 사업이 주민편의증대와 지역경제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편익의 증진이나 경제적 이익은 사실상 없다. 시설물이 주민이 이용할 시설도 아닌데다 골재사업자를 제외한 어느 부분에서도 지역경제력 증대에 기여할 부분은 거의 없는 것이다.
세째,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금강골재채취와 하천변정비, 그리고 각종 시설유치로 인해 금강의 생태계와 수질은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골재채취가 끝나고 호안이 정비되면 물길이 평평하게 펴짐으로해서 유속은 매우 느려진다. 접촉면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속이 느려진다 함은 겉으로는 흐르는 물인 듯 보이지만 실제 밑바닥에서는 물이 정체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흐르지 않고 멈춰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급속한 물의 부영양화이다. 금강의 수질은 4∼5급수 이하로 떨어져 농업용수로도 못쓰게될 수 있으며, 식수로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또한, 수질악화로 인해 금강에 살고있는 물고기 종이 바뀌고 개체수가 줄며 강에 서식하는 수초들이 변화됨으로써 수중 생태계가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수변의 생태계 역시 갈대와 부들, 줄로 대표되던 식생들이 모두 사라진다.
이제 금강은 살아있는 생태계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하천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금강은 대전시민을 비롯한 충남도민의 젖줄이다. 뜸봉샘에서 흘러온 물을 대전시민이 마시고 중하류로 모여진 물들을 정화하여 공주,부여 시민들이 마신다.
금강골재의 지속적인 채취와 하천개발은 우리들의 생명수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물로 만드는 길이요, 정부의 금강수질보전 의지를 해당지역 주민을 위해 일해야 할 자치단체가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금강골재채취와 개발사업의 문제를 지적했을 때 충청남도가 보인 반응은 ‘언제부터 해온 일인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문제제기하는 우스운 일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금강은 부여군을 비롯하여 공주시, 연기군, 서천군 할 것 없이 금강주변에 위치한 자치단체들이 끝없이 파먹어온 화수분과도 같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관행처럼 이어온 이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금강종합개발이 마무리되는 2004년 이후의 금강은 우리에게 더 이상 살아숨쉬는 쉼터도, 철새의 낙원도, 생명수를 공급하는 샘도 아니게 될 것이기에 소리높여 금강종합개발계획을 중단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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