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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1.07.02 00:00
  • 호수 377

[왜목마을의 주변 섬1]입파도(立波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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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게 한 사랑의 도피처

왜목에서 동력선 타고 20분
입파도에는 가슴 저리는 사랑과
어른 신발만한 키조개가 있다.

왜목마을에서 동북쪽으로 6㎞남짓 가까운 거리에 입파도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에 속해 있지만 왜목에 더 가깝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무인도였던 입파도는 파도가 일어서있는 듯 거칠고 세차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같다.
입파도엔 용천수 샘이 있어 식수가 해결되고 수목이 우거지니 땔감 걱정이 없을 뿐 아니라 기름진 땅을 일구어 식량 생산을 넉넉히 할 수 있으니 몇집이 살아가기에는 문제가 없을 텐데 옛날 선조들이 생활터전으로 삼지않은 것은 섬주변 해안선에 굴곡이 없고 길게 뻗어있어 바람을 피할 곳이 마땅치않아 배가 정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러한 교통상의 악조건을 마다않고 이곳을 찾아든 젊은 남녀가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 두사람은 대학을 다닌 지성인이었고 수도권 어딘가에 사회저명 인사 부유한 가정의 자녀로 젊음을 즐기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었다.
학창시절의 우연한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하여 청춘을 불사르며 한없이 행복했던 그들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소중한 사랑으로 무르익어갔다. 아, 그런데 이 일을 어쩌랴. 하늘의 시새움인가 시대의 사회규범을 잘못 만난 것을 원망하랴.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은 가까운 친척으로 피를 나눈 형제항렬이었으니 양가의 부모가 알고난 후 만류는 당연한 일이었다. 사랑을 따르자니 한국사회의 통념을 넘을 수 없고 규범을 따라 사랑을 버린다 함은 죽음보다 더 어려웠다.
이들은 많은 날을 사랑과 현실을 넘나들며 고통과 좌절, 그리고 염세까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람이 없는 둘만의 세상을 찾아가기로 작정하였다.
아무도 살지않는 무인도를 찾아 세상과 인연을 끊고 그러나 사회를 등지고 사랑의 힘만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아 살아가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더구나 도시의 부유한집 자녀들로써 더욱 그러하였으리라, 하지만 이들은 땅을 일구고 가꾸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아들을 데려다 보육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봉사하는 착하디 착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세상일이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니 문명과는 거리가 먼 원시적 생활이 이들을 얼마나 어렵게 했을까?
둘만의 낙원을 꿈꾸던 사랑의 도피처가 점점 고통으로 다가와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그 부인은 수필로 아로새겨 위안하였다. 그때 주옥같은 글을 어느 여성잡지에 투고하게 되었는데 이 글은 고 육영수 영부인이 읽은 후 그곳이 어디인지 가보겠다고 할만큼 감동적이었다.
우선 동력선을 지원하였고 육여사가 꼭 한번 찾아 가기로 하여 관계자들은 입파도에 헬리곱터 착륙장까지 만들었으나 그후 정치적인 연유로 육여사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다.
여러 해만에 동력선을 얻어 바깥세상과 왕래하게 된 그들은 섬에 들어올 때처럼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져 갔다.
지금도 섬에 가면 포도나무가 잡목과 어우러 남아있고 다른 과수목들도 잡목처럼 자라지만 꽃이 피는 철이면 잡목이 아니라는 듯 꽃망울을 터뜨린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산마루 펀펀한 곳엔 헬리곱터 착륙장으로 표시된 둥그런 원안에 H자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들은 ‘특별한 관계의 혼인신고 특별신고 기간’에 법적인 구제를 받아 지금쯤 60대의 노년으로 어디선가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으리라.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사랑의 도피처 입파도를 방문하여 사랑의 맹세라도 해봄직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게한 사랑의 도피처 입파도엔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있고 꿈이 서려있다. 모래사장을 거닐면 그들의 가슴저리는 사랑의 사연이 휘감는 것 같은 야릇한 감정에 휩싸인다.
왜목마을에서 동력선을 타고 20분거리. 아담한 모래사장과 파도에 씻긴 기암괴석들이 이채롭다.
갯벌엔 낙지, 조개가 많고 갯바위 낚시도 좋아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때에는 어른 신발짝만한 커다란 키조개도 캘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피서철에 야영이라도 한다면 촛불을 밝히고 사랑하는 이의 눈만 들여다 보아도 오염되지 않은 바다와 신선한 바람결이 어우러져 한없이 좋다. 총총이 별무리 가득 머리에 이고 고운 눈썹같은 초승달 산마루에 걸어놓고 모래사장을 두손 마주잡고 거닐면 얼굴에는 미소가, 눈망울엔 별빛이 아롱질 것이 틀림없다.

60년대 이 섬에 특별한 사연을 가진 남녀가 살았음은 사실이며 그 깊은 사연은 구전을 글로 옮긴 것임.

살펴본 사람 : 조선형(왜목마을 관광단지 유치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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