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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태숙/조합장 상임여부 채택은 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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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 김태숙

조합장 상임여부 채택은 신임/불신임 투표 아니다

지난달 30일로 합덕농협을 제외하고 농·축산업에 관련된 군내 모든 조합이 정관개정 대의원총회를 마쳤다. 합덕농협은 다수결에 의한 의결로 물의를 일으키며 총회 재소집에 들어갔지만 정작 문제는 합덕농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합덕농협이라는 빙산의 일각이 빙하위로 떠올랐기 때문에 마치 그것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다른 조합들은 빙하의 표면위로 얼굴을 내밀지도 못할 만큼 함량미달이었던 게 아닐까.
쉽게 말해 어떤 조합이 민주적인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바로 시끄럽게 문제를 야기한 합덕농협쪽이다. 세련되고 노련하게 민주적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사회가 조합장 상임을 반대할 수 있고 총회 석상에서 격론이 오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수준있는 조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많은 조합장 전횡이라는 것이 바로 절대다수의 침묵 위에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조직, 반대가 없는 조직, 조용히 흘러가는 조직은 살아있지 않은 조직이다. 숨죽인 군중은 독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독재가 유지되는 유일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관개정 과정을 주욱 지켜보면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어째서 조합장 비상임을 결정한 조합이 단 한 군데도 없는지, 평소에 비전문가인 조합장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인사권 남용, 조합원 혈세를 이용한 정치활동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큰 반론없이 일사천리로, 그리고 한결같이 조합장 상임을 결정한 것이다. 어느새 그것은 이데올로기가 되어 체제가 바뀌면 조합이 망할 것 같은 위기의식에 젖게 한 것일까.
하지만 이미 예견되었던 결과라 그리 놀랍지는 않다. 조합장 상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마치 코앞에 앉은 조합장에 대해 불신임투표라도 하는 것처럼 좁은 견지에서 봤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점이라면 한 지역에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도 큰 유감이다. 우리군의 주요산업은 여전히 농업이며 농업과 농업인의 진로는 농협의 진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제도개선과 보완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채 조합장의 눈치만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뜨겁게 고민하고 뜨겁게 토론한 흔적이라도 있는가.
오죽하면 참석이사들의 만장일치로 비상임조합장제를 심의한 바 있는 합덕농협의 이사 한사람은 ‘이사회가 마치 조합장에 대한 불신임안이라도 채택한’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가는 대의원들 때문에 무척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요는 농업과 농협의 미래를 위한 점검이지 현직 조합장에 대한 불신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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