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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협동조합법 개혁인가 개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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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통합 협동조합법
개혁인가 개악인가

허충회 /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전 당진군 농민회장

돌아오는 7월1일부터 농민생활에 밀접한 기관이 통폐합 되거나 체계가 변화를 겪게 된다. 우선 협동조합법이 개정돼 농·축·삼협중앙회가 통폐합되고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어 의료보험이 완전 통합되고 의약분업이 실시되어 진료는 병원에서, 약은 약국에서 사야 된다.정부에서 주장하듯 모든 것이 국민의 복지와 권익을 향상하려는 듯이 보이지만 여기엔 많은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에도 외형적으로 국민들의 소망을 모두 수용한듯 비춰지지만 당초 농어민에게 약속했던 농어촌 의료보험조합의 국고재정지원 50%가 이행되지 않아 여전히 농어민의 비싼 보험료는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의약분업 또한 병원은 병원대로, 약국은 약국대로 충분한 준비기간과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해 선진국형 제도라는 긍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어민의 불편과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축·삼협 통합을 위한 통합협동조합법 시행은 개혁의 허울을 쓴 개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첫째가 조합장 선거방식이다. 과거 조합장은 간선제에 의한 중앙회 임명제였다. 말이 중앙회 임명이지 실제로는 정부에 의한 임명과 다를 바 없었다. 때문에 조합장은 농민편이라기 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만 봐야 했다. 농민들은 십수년 동안 이를 시정하기 위해 싸워 결국 직선제로 바꿔놨고 이제 겨우 두번째 내손으로 조합장을 뽑는 맛을 봤다.
통합농협법은 직선제나 간선제 두가지 중 택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이사회나 대의원 총회에서 직선제를 고수하자고 택하면 별문제 없겠다고 생각될지 모르나 현재 조합장에 전권이 부여되고 상임제로 된 것을 조합장은 비상임으로 하고 상임이사제를 신설한다는 통합농협법을 보면 굳이 애써 조합장에 나서려 할 농민조합원도 없으려니와 직선제를 고집할 명분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결국 상임이사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는다는 명분으로 현직 전무나 은행업 전문가들이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알맹이 빠진 조합장은 적당한 선에서 중앙회에서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상임이사의 역할에는 더 많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농협을 발전시킨다는 의미에게 어떤 사업을 실패했을 경우 최고 책임자(통합농협법에서는 상임이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데야 소득없는 경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사람이 있겠는가.
농협의 근본취지는 신용사업보다 경제사업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의 알맹이는 통합중앙회가 독차지하고 회원조합에서는 열악한 조건에서 중앙회의 통제에 따라 수동적인 사업을 할 뿐이다.
농민들이 진정 원하는 경제사업은 유통구조의 위험성 때문에 상임이사가 기피할 것이고 결국 회원조합은 지금처럼 신용사업 위주로 고착화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이사직 정수의 1/3 정도를 비조합원 중에서 선임하도록 한 것과 통합중앙회장은 물론 회원조합장의 정치적 중립, 농림부장관의 조합 해산명령, 품목조합연합회 조직제한, 농림부장관의 지도·감독 강화 등은 협동조합 민주화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력성이 내포되어 있다.
모든 문제는 협동조합 통합이 회원농협과 조합원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기간과 토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경쟁력 강화라는 시장논리를 근거로 하여 정부주도의 강제적 통폐합이 몰고올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농민들은 엄청난 빚에 허덕이며 죽도록 일하는 동안 농민과 거리가 먼 협동조합이 또다시 농민 위에 군림할 것이다. 이제 며칠 후인 6월30일 이내에 각 조합에선 대의원 총회를 긴급히, 그리고 조속히 열어 개악된 통합농협법을 형식적으로 승인받으려 할 것이다. 우리 농민 조합원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 이번 대의원 대회를 거부해 개악된 통합 협동조합법을 물리치고 새로운 농협법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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