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선거가 임박했다. 다음달 초에 실시될 충청남도 교육감 선거이다. 이번에 선출될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 결정할 것이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을 지, 아니면 지금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학교에 보내야 할 지가 새로 선출될 교육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21세기 정보화사회에 적응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지 여부도 새로 선출될 교육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니 이보다도 더 중요한 선거가 있을 수 없다. 세상에 우리나라 부모처럼 교육열도 높고, 자식교육을 위해 많은 돈을 쓰는 나라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30~40대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일은 자녀교육 문제이다. “학교붕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거침없이 쓰이고 있다. 교육당국이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마전까지 농어촌 지역에서는 조상들이 물려준 전답을 팔아 교육환경이 좋다는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도시지역의 엄청난 과외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법원의 판결 이후 “공교육강화”라면서 교육부가 여러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하나같이 대도시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대책들 뿐이었다. 과외비를 지출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농어민들을 위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교육부는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강행해 농·어촌 지역의 학교환경을 더욱 더 황폐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농어촌 학교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교원의 정년단축으로 인해 도시지역의 교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학교를 없애고, 그래서 생기는 잉여 교사들을 대도시로 발령시키고 있는 것이다. “돌아오는 농어촌”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이농-이어 현상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농어촌 지역의 교육적 환경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군청이나 시청청사는 으리으리하게 짓고, 신작로는 늘리고, 대형창고는 여기저기 세우면서도 농어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아직도 장작난로를 때고, 급식시설 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다. 아이들 교육비는 아까워하면서 아파트 평수 늘리고, 호화가구 사들이는 집이나 다름없는 꼴이다. 그런 집안의 장래가 어떨지는 뻔한 것 아닌가. 농어촌 지역 학교의 문제는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로 연결된다. 학교는 그 사회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부실하다는 것은 그 지역사회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청남도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로 도약하려면 학교 교육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럴려면 이제부터라도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유능한 사람이 교육행정을 맡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 지역의 교육감은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이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할 줄 아는 교육행정가를 뽑아야 한다. 특히 그동안 소외되고 무시되어온 농어촌 지역의 학교교육을 재건하려는 의지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충남도 지역의 대부분의 학교가 농어촌 지역에 소재한 학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충남도 교육감 선거를 보면 교육개혁의 희망을 발견하기 힘들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인 선거 못지 않게 혼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을 이용하고, 금품을 살포하고, 학연과 지연을 고리로 학교 운영위원들의 표를 모으고 있다. 금권선거와 연고주의와 지역감정으로 인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정치판을 우리 교육계 마저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선거와 타락선거를 통해 선출된 교육감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올바른 교육감 선거를 위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철저한 감시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편 교육감을 선출할 학교운영위원들은 현명하게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한표에 우리 아이들의 장래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와 같은 학교 혹은 같은 지역의 출신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교육자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교육감으로 선출해야 할 것이다. 장차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고 갈 21세기형 교육감을 선출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장래는 더욱 불안하고 험난해질 것이다. 교육감 선거만큼 중요한 선거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