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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년 09월 15일 () 13:03:00 webmaster@mjmedi.com
   
 
눈물로 쓴 사랑과 용서

며칠 전 저녁, 우연히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다. 마치 자신을 바라봐달라는 눈빛이라도 보내는 듯 하늘에는 청명한 보름달이 떠있었고, 그 빛은 우리들에게 풍성한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청명한 보름달 아래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순간, 갑자기 처량해지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 가을이기도 하다. 이렇게 마음의 허전함을 느낀다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눈물 한 번 쏙 빼고 나면 어느 덧 여유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영화계엔 추석맞이 성수기가 도래했다. 올해는 이번 추석시즌을 겨냥한 영화들이 10여 편 개봉되면서 흥행 부분에서 각축을 다투게 되었다.
이 중에서 가을의 전형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멜로 영화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각색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 자살을 하려다 미수로 그친 대학강사 유정(이나영)은 수녀인 고모의 손에 이끌려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윤수(강동원)를 만나게 된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은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 하지만 서서히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면서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던 상처들을 얘기하게 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 그들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윤수는 1주일에 단 3시간,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까지 밖에 유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게 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할리우드의 반전 영화가 아니라 소설을 각색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미 결말은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고, 영화 역시 그 순리를 따라가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각색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파이란>과 <역도산>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은 사형수가 등장하는 것 때문에 <데드맨 워킹>과 비슷한 연장선상 속에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제기하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용서의 중요성을 주되게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꽃미남 배우로 인기가 높은 강동원이 사형수 역할에 캐스팅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를 했지만 영화 속에서 강동원이 보여준 연기는 높이 살만하다. 또한 이나영과 강동원 외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견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최루성 멜로의 내용을 갖고 있지만 세련된 화면 구성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서서히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한정된 상영시간으로 인해 방대한 소설의 내용이 잘 살려지지 못한 채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고, 송해성 감독 특유의 건조한 느낌의 연출력으로 인해 감정이입이 잘 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이 가을, 사랑과 용서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두 남녀를 보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 또한 흐르는 눈물을 통해 다 날려버리길 바란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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