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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1.08.06 00:00
  • 호수 382

학부모 컴퓨터교실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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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재미난 걸 왜 몰랐나 몰라”

환갑 가까운 나이에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순성면 중방리 이 계 순 씨

침침한 눈 때문에 모니터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야 겨우 글씨가 보인다는 이계순(57세·여·순성면 중방리)씨. 오른손 검지 하나로 더듬더듬 자판을 누르면서도 표정만은 갓 입학한 초등학생 마냥 싱글벙글이다.
“이거 다 배우고 나면 영감에게 가르쳐주며 큰 소리 칠거에요. 요렇게 재밌는 걸 왜 진작 몰랐나 몰라.”
이씨는 처음 입력해본 화면속 ‘특수문자’를 가르키며 “남편도 이런 건 못할 것”임을 강조하고는 스스로도 신기하고 대견한지 금새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물론 이씨는 북창초교의 학부모가 아니다. 이웃한 초등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쳐 준다는 마을 사람의 얘기를 듣고 수일후 근방을 지나가던 차에 무작정 발길을 돌려 그날로 수강 등록을 한 것.
“늙을수록 배워야죠. 인터넷에는 농사정보도 많고 일상에서 필요한 갖가지가 들어 있다잖아요. 밭으로 논으로, 할 일이 태산같아도 배울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둬야죠.”
이씨는 지난 1월 큰 맘먹고 210만원 하는 펜티엄급 컴퓨터도 한대 장만해 뒀다. 두 식구 조촐한 살림에 보통 결단이 아니었을 테지만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차에 비용이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아직은 서툴러서 솔직이 벽 두드리는 심정이긴 해요. 배운 것도 금새 잊어버려서 언제 손에 익으려나 막막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다음달께 광주 사는 손녀딸이 오면 가르쳐 달래서 또 배워야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건 정말 모르겠는데”라며 급하게 강사를 찾는 이씨. 머리 희끗희끗한 어른이 손녀뻘되는 강사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것 저것 열심히 묻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만학의 기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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