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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막엔 등고선이 없다 - 이필용(송악면 가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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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 용
" 호수시문학회 회원
" 신평 엘리트학원 강사

아이가 꿈꾸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밧줄을 들고 뒷산으로 가셨다. 키 큰 상수리나무에 그네가 매어 졌을 땐 이슬도 가시지 않은 풀을 밟고 가 어디든 닿을 수 있었다. 얼굴에 와 부딪는 바람들은 진열대 위의 사탕처럼 눈이 부셨다. 아이는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바람을 잘 봐 둬, 길은 없어, 그 자리는 아직 모래사막과 같단다”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가 희미해질 쯤 아이는 낙타만큼 커버렸다.
얼마전 사내는 발신지 없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펼쳐보면, 길 잃은 모래바람 냄새, 사막에서 온 편지란 걸 금새 알아차린다. 무수히 변화하는 편지지 위로 물혹이 잘린 낙타가 지워질 발자국들을 찍고있다. 사내는 누눈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날들이 신기루처럼 여겨진다. 지나온 자취도 찾을 수 없는 불모지, 그리곤 꺼칠한 얼굴 할퀴면서 자랐던 턱 수염을 면도하려고 거울 앞에 선다. 마주보는 나.
“얘야, 아무리 탐스런 開花도 겨울에서부터 시작한단다.” 다시 모래바람이 일고 무수히 변화하는 사막, 그 보이지 않는 길 한가운데에서 얼마전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사내가 움켜쥔 허공 한 웅큼, 아무것도 없는 최고의 가능치, 그 자리.

모래사막엔 등고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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