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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무신.막걸리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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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무신·막걸리 대신 식권·빵인가
" 낯부끄러운 선거문화 이제 그만 "
이번달 초 당진군 선관위는 지난 2일의 민주당 당진군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지구당 소속 당원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식권이 배포됐다는 조선일보의 기사에 따라해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결국 지난해 선관위에 등록된 국민회의 지구당 당원의 숫자를 현 민주당 지구당 당원숫자로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지구당행사의 식권배포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 사건이었다.
또한 지난 11일자 한국일보에는 전날 열린 자민련 당진군지구당 정기대회에서 식권을 받으려고 지구당 관계자에게 손을 내민 행사장의 수없이 많은 참석자들의 모습이 ‘부끄러운 손’이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실린 적이 있다. 물론 지난 24일 열린 한나라당 당진군지구당 정기대회에서도 식권은 여지없이 뿌려졌다.
비단 당진군 뿐이 아니다. 한동안 각 중앙일간지의 1면 사진은 돈을 건네는 장면이나 식권·빵 등을 받기 위해 몰려든 참석자들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그 장면을 학생회장 선거에 임하는 초등학생들이 본다면 어찌 생각할 것인가.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흡사 지난 60∼70년대 선거를 앞둔 집권당 행사에 길게 줄을 선 채 막걸리 한 사발, 고무신 한 짝에 피로 얻어낸 소중한 주권을 넘기는 주민들의 빛바랜 사진을 볼 때 느끼는 왠지 모를 슬픔과도 비슷한 심정이다. 지금은 절대빈곤에 시달렸던 60∼70년대도 아닌 바야흐로 2000년대인데도 말이다.
물론 현행 선거법에서는 “창당·합당·개편대회 및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참석한 당원과 내빈에게 정당의 경비로 통상적인 범위안에서 제공되는 5천원 이하의 식사류의 음식물은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법규정은 각 지구당의 돈을 이용한 인원동원을 정당화하는 규정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각 정당에선 식권을 뿌리지 않으면 인원동원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식권을 돌리며 인원을 동원하는 이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지속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식권 때문에 행사장에 참석한 주민이 과연 후보자를 ‘정치지도자’로 생각할지, 아니면 ‘걸어 다니는 식권’으로 여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식권을 이용한 인원동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상적인’ 관습으로 굳어지고 이는 천문학적인 선거비용 소요와 함께 결국 돈 있는 인물만 정치에 입문하는 풍토를 만든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선된 정치인은 재선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마련을 위해 ‘가진 자’와 유착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될 것이 뻔하다.
정치인들은 식권을 뿌리지 않으면 인원이 동원되지 않는 선거문화를 탓하며 유권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 유권자가 식권 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는가.
옛말에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맺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지구당행사에서 식권과 빵을 받기 위해 다투어 손을 내미는 낯부끄러운 광경은 결국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선거에 앞서 각 출마예정자들이 서로 한데 모여 좥지구당 행사에서 더 이상 식권·빵을 돌리지 말자좦고 합의하는 흐뭇한 광경을 상상해 보는 것은 과연 기자만의 지나친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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