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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1.08.27 00:00
  • 호수 384

합도초교 1학년 1반의 개학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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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 우리들의 여름방학 이야기

“쪼글쪼글하고 빨간 아기도 보았구요… 시소 타다 휙 날아가기도 했어요”

“1학년 1반!” “짝짝 짝짝짝” “자세를 바르게!” “짝짝 짝짝짝”
참새 떼의 재잘거림이 이보다 더할까 싶게 소란스러웠던 교실이 최현옥(27세) 담임의 구령 한마디에 이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단체동작 요령을 그새 잊어버렸으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던 최 교사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웬걸? 수업종이 쳐도 놀이터에서 노느라 교실로 들어올 줄 몰랐던 몇몇 개구쟁이들도 꽤나 의젓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22일 개학을 맞은 합도초등학교(교장 신현옥·합덕읍 운산리) 1학년 1반 교실. 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방학이란 걸 경험한 서른 세명의 아이들은 그새 몸도 마음도 한 뼘이나 커버렸다.
“외할머니 댁에 엄마랑 놀러갔구요. 우리 할머니가 밭일하실 때 도와드려서 칭찬 받았어요(양동이에 물을 받아놓고 친구들이랑 물놀이 했어요(오기호).”
“사촌형이랑 시소를 탔는데 형은 무겁고 저는 가벼워서 제가 휙 날아가 버렸어요(황희용).”
1교시‘나의 여름방학 이야기’시간. 부끄러워 몸을 꼬는 아이, 팔을 휘저으며 파도를 설명하는 아이, 급한 마음에 앉아서 발표해버리는 아이. 각각의 표정만큼이나 기억의 단편들도 각양각색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유년의 기억이라 불릴 소중한 추억 한 톨씩을 가슴에 심어놓고 있었다.
“선생님, 방학숙제 안가져 왔는데요. 집에 다녀와도 되나요?”
개학날이면 빠지지 않는 질문. 아니나다를까 숙제 검사가 시작됐다. 책상마다 그림이며 작문, 일기장 등 과제물들이 수북히 쌓여갔다.
“이 그림 제목은 ‘친척열매’에요. 왜냐하면 친척은 태어난 곳이 같기 때문에 나무에 매달린 열매와 같아요. 이건 ‘외삼촌’ 열매이고요. 옆의 것은 ‘고모’ 열매예요.”
석규는 방학동안 친척들과 만나서 즐거웠던 기억을 그림으로 그려왔다. 평소 말이 없고 소심했던 석규도 친구들 앞에서만은 그림을 자신 있게 보여주며 큰소리로 설명을 곁들였다.
스타킹으로 만든 꽃을 자랑하는 강연이, 깡통으로 만든 난타악기를 연주하는 시늉을 해 보인 기호. 정해진 주제가 없었던 터라 과제물들은 아이들이 꾸는 꿈만큼이나 알록달록했다.
37일만에 아이들과 마주한 최 교사의 감회도 남달랐다.
“못본 사이에 키도 많이 크고, 행동도 말투도 점잖아졌어요. 생활지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개학 첫날부터 시키지도 않은 신발정리며 책상줄 정리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기특하든 지요. 한달 조금 넘는동안 다들 무척이나 많이 자랐어요.”
아직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을 학년. 끝이 보이지 않는 2학기 수업 일수가 이들에게 부담이 될 리 없다. 수업 마침 벨이 울리고 한참이 흘러도 아이들은 교실을 나설 생각이 없는 듯했다. 우리들의 여름방학 이야기는 이제부터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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