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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2006년 10월 13일 () 13:05:00 webmaster@mjmedi.com
   
 
인생은 한 편의 연극, 우리는 주인공

주로 영화에 대한 정보는 TV나 신문, 잡지 같은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마다 눈여겨 보는 것이 영화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이 매겨 놓은 별점이다. 특히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영화가 나올 때는 별점을 보면서 영화를 보러 갈지, 안 갈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로인해 자의건 타의건 선입견으로 인해 놓치는 영화들도 있는데 우연히 아무런 사심을 갖지 않은 채 영화를 보다가 의외로 괜찮은 영화를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개봉했을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나쳤던 영화를 우연한 기회에 보다가 매우 독특한 영화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분은 마치 길거리를 지나다가 천원을 주웠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변두리에서 ‘명이발관’을 운영 중인 이발사 안창진(성지루)에게 어느 날 갑자기 ‘너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는 김양길(명계남)이 찾아온다. 성매매를 할 뻔 했던 안창진은 김양길의 협박에 두려움을 갖게 되고, 김양길은 면도를 핑계로 1주일에 2~3번씩 이발관을 찾아오면서 돈을 뺏어 간다. 그러면서 보험설계사인 안창진의 부인 전연옥(성현아)에게도 접근하기 시작하고, 극단에 몰린 안창진은 해결사 이장길(이선균)에게 김양길의 뒷조사를 부탁하게 된다.

일본의 단편 소설 <친절한 협박자>를 각색해서 만든 <손님은 왕이다>는 이발소를 주 무대로 영화의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고, 화면의 구성 또한 흰색과 검은색 등을 대비시키면서 상당한 형식미를 강조하고 있어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기존의 영화 스타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고, 빠른 템포의 영화를 즐겨 보던 관객들은 매우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영화의 호흡은 느리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 호흡의 간격을 조연급 배우였던 성지루의 첫 주연 작품에 대한 열정과 오랫동안 정치계에 몸 담으며 영화에서는 좀 멀어진 듯한 느낌이 있었던 명계남의 연기력을 통해 조금씩 메워 나가고 있다.

<손님은 왕이다>는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스릴러 장르를 실험한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런 영화일수록 꼼꼼하게 집중하면서 보면 영화에 숨겨져 있는 재미를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말에 다가갈수록 조금씩 풀리는 실마리를 통해 영화 속 김양길의 대사처럼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며, 우리는 그 연극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왠지 서글프게 들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치 배우 명계남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하는 영화이지만 그동안 독특한 구성의 영화를 보기 원했던 관객들에게는 색다른 맛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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