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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2006년 12월 01일 () 13:02:00 webmaster@mjmedi.com
   
 
아름다웠던 과거의 그녀를 찾아서

최근 한국 영화 시사회장에서 늘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하나가 바로 일본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작년 ‘욘사마’ 배용준이 출연했던 <외출>의 경우는 시사회장에 입장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정도로 일본 사람들과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예견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였던 것은 배용준이 출연하지 않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지도가 없는 배우인데도 그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난리가 난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한류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병사마’ 이병헌이다. 그래서 <그 해 여름>의 촬영장에는 많은 일본 사람들이 찾아와 이병헌에게 선물도 주고, 배우와 스태프들을 위해 음식을 전달하기도 했었다. 시사회장이라고 예외일 순 없기 때문에 역시나 이병헌의 일본 팬들이 하나의 여행 패키지로 찾아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해 여름>은 이병헌이 <달콤한 인생> 이후 1년 여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선택한 영화로 원제는 <여름이야기>였으나 이병헌의 제안으로 <그 해 여름>으로 영화제목이 바뀌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윤석중 교수(이병헌)는 구성작가로 일하는 제자 때문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대학생 때 농활에서 만난 서정인(수애)를 찾게 된다. 1969년, 정치적으로 뒤숭숭하던 때에 대학생들은 농활을 떠나게 되고, 아버지를 피해 농활대에 합류한 석중은 일은 뒷전인 채 첫 눈에 반한 동네 도서관 사서인 정인을 뒤쫓아 다닌다.

이미 <품행제로>에서 복고풍을 선보이면서 과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영상으로 표현했던 조근식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그 해 여름>은 시대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정치적인 사건들로 사회가 뒤숭숭했던 1969년을 배경으로 하면서 겨울을 맞이하는 가을의 끝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 영화다. 감독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서 라디오 드라마에 심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옛 시절에 대한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풋풋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영화의 주된 계절이 여름이고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푸르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며, 올드팝송과 어우러지는 두 배우들의 연기 역시 순수한 시대를 살아갔음직한 인물들을 그리는 데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된 스토리텔링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 여름>은 아쉽게도 기존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답습하면서 너무 많은 부분을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데 할애하느라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의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듯한 에피소드를 선보이게 된다. 그 상황이 너무나 진부하고, 과잉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눈물이 나기는 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어딘가 약간 비어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한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순애보를 얘기하는 <그 해 여름>이 우리나라와 일본 관객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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