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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당진은?
日 오염수 방류 후…‘불안’과 ‘안전’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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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 어민 “손님 없다…생계 어떡하냐”
썰렁한 수산시장 옆 사람 북적이는 오일장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생각에 소비 늘기도
소비자 “안전성 믿어” vs. “선뜻 손 안 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3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하고 있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30년간 총 134만 톤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뒤 바닷물에 희석해 태평양으로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및 지진 해일로 인한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12년 5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한 지 2주가 넘었다. 이를 둘러싸고 당진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지난 5일 오후 2시30분 당진어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일장이 열려 사람들로 북적이던 바깥 거리와 달리 어시장 내부는 한적한 모습이다.
지난 5일 오후 2시30분 당진어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일장이 열려 사람들로 북적이던 바깥 거리와 달리 어시장 내부는 한적한 모습이다.

어시장 상인 한숨만 ‘푹푹’

특히 수산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쯤 찾은 당진어시장은 수산물을 사러 온 손님보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상인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오일장이 열린 당진전통시장 거리에 양쪽으로 좌판이 길게 늘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모습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당진어시장 내부로 들어서는 사람은 적었다. 대여섯 명이 어시장에 진열된 수산물들을 둘러봤다. 빨간 대야에는 요즘 한창 제철이라는 꽃게가 들어있고, 가을 대표 먹거리인 ‘전어’와 ‘대하’가 있음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각종 수산물과 어패류를 취급하는 상인 A씨는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와서 회를 떠가기도 했는데 두어 달 전부터 손님이 오지 않는 비수기”라면서 “오늘도 장날인데 어시장엔 사람들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가리비는 일본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일주일에 가리비를 1kg도 팔기 힘들다”면서 “현재 일본산 가리비는 뺐고, 수량이 많이 나오지 않아 비싼 국내산 참가리비를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한동 당진어시장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오염수 방류 결정은 그야말로 상인들에게 직격탄이라고 설명했다. “당진어시장 내에 38명의 상인이 영업 활동을 하고, 그 중 65% 이상이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어시장 매출이 20%, 방류 후에는 40% 이상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전어와 대하철이 왔는데 평소라면 이때 매출이 확 올라가곤 하는데, 지금은 수산물 소비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수산물 소비 급감해”

“지금 아니면 못 먹어”

횟집 등 외식업소에서 수산물 소비 동향은 감소하기도, 반대로 증가하기도 했다는 엇갈린 반응이다. 

석문면 장고항리에서 등대횟집을 운영하는 강세구 대표는 “횟집을 찾는 손님도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회나 해산물 종류가 안 팔리고, 손님이 칼국수 같은 것만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 방류 전부터 사람들이 해산물에 대해 거부 반응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오염수를 방류하고 나니 사람들의 거부 반응이 와닿는다”고 전했다.

읍내동에 위치한 횟집 해송의 장덕수 대표는 “원래 7~8월 여름에는 횟집이 비수기”라면서 “전년도랑 비교하면 올해 상황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방류 결정 이후에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도달하면 수산물을 못 먹게 돼 지금 먹어둬야 한다며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진에서 50년 경력의 당진어시장 상인 B씨는 “요즘 꽃게 살이 차서 꽃게를 사간다”면서 “오염수를 방류했다고 하지만 오는 손님들은 온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오후 3시쯤. 오일장이 열린 당진전통시장 거리 모습. 썰렁했던 당진어시장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5일 오후 3시쯤. 오일장이 열린 당진전통시장 거리 모습. 썰렁했던 당진어시장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삽교호 조개구이 축제 활기 띨까

해안가 인근 관광지 상황은 어떨까? 삽교호 관광지에는 수산물 먹거리시장과 어시장(수산시장)이 있고, 조개구이집도 즐비하다. 

최춘길 삽교호번영회장은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간다”며 “장사가 안 되니까 상인들의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전보다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 것 같다”면서 “활어나 조개에 대해 ‘일본산 아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삽교호 조개구이 축제가 올 10월 7일에 개최될 예정으로, 상인들은 축제를 맞아 삽교호관광지에 활기가 띄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왜목마을 관광지에서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소비 위축에 대한 상인들의 걱정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보인다. 조교행 왜목마을번영회장은 “지난 주말에도 관광객이 많았다”면서 “오염수가 한국에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소비자들도 별말 없고 큰 걱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반응도 엇갈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당진을 기반으로 9만8000명이 가입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당진부동산카페’에는 일본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글이 10여 건 올라왔다.

게시물 중에서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스럽다’는 반응과 ‘괜찮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게시글에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근해에서 나오는 수산물 절대 먹지 않겠다’ 식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하는 댓글이 달렸고, 또 다른 게시글에는 ‘과학적으로 무해하다고 하는데 논리도, 과학적 사실도 없이 반대하고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 5일 당진어시장에서 만난 시민 B 씨는 “딸네 가족들이 와서 대하와 가리비를 사러 왔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 때문에) 요샌 어시장을 뜸하게 왔는데 자녀들이 아직 우리나라에까지 오염수가 안 온다고 해서 수산물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송악읍 기지시리에 거주하는 시민 C씨는 “굳이 돈 주고 수산물을 먹을 것 같지 않다”며 “수산물이 일본산이라면 안 먹고 국산이면 먹을 것 같은데, 국산이라고 해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에게 다른 걸 먹이면 먹였지, 수산물은 더더욱 안 먹이고 싶다”고 전했다.

당진어시장 내 수산물.
당진어시장 내 수산물.

9월 한 달간 수산물 특별점검

한편 당진시가 최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수산물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커짐에 따라 9월 한 달간 수산물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은 대형마트, 수산물 유통업체 및 어시장과 같은 대형 수산물 취급 업소로 일본 주요 수입품목인 갈치, 가리비, 우렁쉥이 등을 대상으로 원산지 미표시, 거짓표시, 표시 방법 위반 등이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박미혜 당진시 안전총괄과장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집중단속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진시 수산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충남도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책을 발표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오염수 방류 대응 전담반(TF)’을 꾸리고 방사능을 실시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담반은 △위판장·양식장 등 생산단계 수산물 안전성 조사 △유통식품 방사능 수거 검사 △학교급식 식재료 방사능 정밀 검사 등을 추진한다. 또한 기존의 어업지도선(충남해양호)에 이어 환경정화선(늘푸른충남호)에 방사능 측정기를 추가로 설치해 충남의 모든 해역을 빈틈없이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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