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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20:13
  • 호수 1430

[세상사는 이야기] 청년창업가 양정은 슬로당 대표
지역의 반짝임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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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 순례길’테마로 굿즈 상품 제작하고
디자인 넘어 로컬 콘텐츠·로컬 트레킹 기획까지

양정은 대표는 천천히 걷는 삶이 좋다.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두루 두루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쉽게 지나치는 것에 그는 걸음을 멈추곤 한다. 그리고 지역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 디자인한다.

“사람 이야기 다루고 싶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양정은 대표는 지난 2017년 26살에 대학을 휴학하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했다. 32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는 순례길에 매료됐다. 양 대표는 “길을 걸으면서 순례자들이 머무는 숙소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공간 등이 좋게 다가왔다”면서 “특히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의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앙 대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이야기가 있고,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IT 회사에 취업해 UX/UI 디자이너로 4년간 일하면서 열망은 계속 커져만 갔다. 전공을 살려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자신이 꿈꿔왔던 방향과는 다른 일에 양 대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양 대표는 “IT 회사에서 웹·앱 시스템 디자인을 하면 보통 서버 박스·구름·뇌 등의 이미지로 디자인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너무 딱딱하고 틀에 갖춰진 느낌이 들었다”면서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있고, 사람과 맞닿아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퇴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늘 볼 수 있는 당진살이 만족”

퇴사 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로컬크리에이터였다. 로컬크리에이터란 로컬(Local)과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로 지역자원과 비즈니스 모델을 연결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말한다. ‘로컬’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어머니의 고향인 합덕이었다. 마침 9년 전 그의 어머니도 합덕으로 귀향해 살고 있었기에 망설임은 적었다. 

당진살이 2년차에 접어든 그는 당진에서의 삶이 좋다고 말한다. 빌딩숲을 벗어나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고, 수도권에 비해 인구 밀도도 적어 한결 조용하고 답답하지 않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도시에서의 삶은 날씨의 변화, 온도의 변화를 느끼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당진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고, 철마다 달리 피는 꽃과 식물, 제철 농산물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농촌 풍경이 보물처럼 다가온다. 

양 대표는 “이곳에서의 삶은 내 삶의 속도와 너무 잘 맞는다”면서 “어떻게 하면 계속 당진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가도 좋은 버그내 순례길”

당진에 살면서 마주한 버그내 순례길은 그가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가졌던 마음도 다시 생각났다. 그 마음으로 양 대표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디자인 업체 ‘슬로당’을 창업했다. ‘천천히 걸으며 내 삶을 돌아본다’는 의미로 슬로우(Slow)와 당진의 ‘당’과 한자 ‘당(堂)’자를 착안해 이름 지었다. 슬로당은 단순한 디자인 업체만이 아니라 그동안 그가 가지고 있던 꿈을 담았다.

‘로컬 디자이너’가 돼 맨투맨 티셔츠·에코백·파우치·휴대폰 케이스·거울·메모지 등의 디자인 상품을 만들었다. 더욱이 그가 만든 디자인 제품들은 합덕제 및 버그내 순례길을 테마로 했다. 그리고 버그내 순례길을 걸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손수건, 가방, 기능성 양말 등의 용품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양 대표는 디자이너를 넘어 로컬크리에이터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디자인 제품 제작뿐 아니라 로컬 콘텐츠와 로컬 트레킹 분야도 함께 연계해 기획하고 있다. 도시에서 거주하다 당진에 정착한 청년 여성들과 함께 ‘농부스트’라는 단체를 만들어 진행한 ‘2023 시골 언니 프로젝트’를 통해 그 첫 발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농촌 탐색을 곁들인 여행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일정이 기획된 가운데, 양 대표는 ‘농촌을 걷다’라는 키워드를 맡아 운영했다. 그는 버그내 순례길 트레킹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버그내 순례길을 수없이 걸었다는 양 대표는 “버그내 순례길을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하면 역사문화자원으로서는 제일 맥락이 닮아있다”면서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 중 하나인 프랑스 길에는 호밀밭이 있는데, 합덕평야가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그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합덕의 버그내 순례길은 문화자원 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면서 “고유한 지역의 특성을 담아서 문화적 활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마음에서 ‘합덕제 및 농사 관련 디자인 굿즈’ 전시도 이뤄졌다. 현재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 상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양 대표가 기획한 것으로, 여성 청년 창업자 △레이어프로젝트(대표 원정민) △가주스페이스(대표 박향주) △꽃양꽃색(대표 김에스더‧문소영‧박미아)이 참여했다. 당진의 농촌을 바탕으로 직접 제작한 거울, 휴대폰 케이스, 가방, 키링, 마스킹 테이프 등의 디자인 굿즈들이 전시되고 있다. 

“합덕의 자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디자이너로서 꾸준히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디자인 제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또한 지역의 콘텐츠를 다루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역할을 더욱 키우고 싶죠. 소도시 여행 코스 기획, 뚜벅이를 위한 가이드 등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 양정은 대표는

- 1992년 서울 출생

- 2018~2022년 IT 기업 UX/UI 디자이너로 근무

- 2022년 10월 당진청년타운 나래 입주

- 2023년 3월 31일 디자인 및 로컬 콘텐츠 기획 업체 ‘슬로당’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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