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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3.08 19:48
  • 호수 1496

[청년광장] 장재광 당진애 대표
천연기념물·보호종이 끊임없이 발견되는 당진, 과연 살기 좋은 고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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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에서 나고 자란 지 30년이 넘어간다. 토박이인 아버지를 비롯하여 선대 어른들도 계시지만, 군대나 대학을 빼면 나 또한 당진에서 벗어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당진이 발전해온 경제적·사회적 모습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가창오리떼 군무를 바라보며, 지역의 다양한 모습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느낀 한 사람으로서 ‘당진의 환경’에 대해서 되짚어 보고 싶다.

요즘 각종 지표들이 기후위기와 기후 비상사태를 향해 제동장치 없이 미칠 듯 달려가는 것 같다. 매해 큰불 소식과 홍수, 가뭄피해는 말할 것도 없으며, 해수면 상승이나 대기 속 탄소배출 지표는 더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생활의 영역 속 이따금씩 지인들과 옛날 이야기를 꺼내 나눌 때가 되면, 난데없는 진실 공방이 이어진다. 공업화된 도시로 변모한 당진. 과거 반딧불이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지인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지금 당진의 환경이 얼마나 안 좋은데 그런 게 있었을리 만무하다”며 일축한다.

20년도 더 전의 기억일 것이다. 지금은 역천생태공원으로 변화한 행정리(당진2동 소재) 냇가 둔덕에 아버지와 함께 밤낚시를 갔던 어렸을 적 추억 한 편에는 몇 마리 되지는 않았지만, 형광색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던 모습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지금도 종종 반딧불이가 남아있는 당진 관내의 지역을 탐방하러 다니시는 분들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것을 보았지만, 사진이나 영상으로까지 기록된 걸 찾기는 어려운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당진 읍내를 관통하는 당진천에서도 수달을 관찰했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나간 적도 있으며, 글을 쓰는 지금도 당진천 배수로에서 수달을 보았다, 산책을 하다가 수달을 본 것 같다는 이야기가 SNS에 떠돌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흰꼬리수리·금개구리 등 당진에는 생각보다 많은 보호종·천연기념물들이 분명 우리가 사는 땅 위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지난 설 명절에도 온화한 날씨 속 가족들과 함께 본가 마당 앞에서 식사를 하다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를 직접 코앞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적이 있다. 길조라고 여겨지는 새가 그것도 음력 설 다음 날 찾아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직 당진 땅에 이런게 남아있으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직접 목도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뿐만 아니라 당진의 다양한 자연경관을 기록하기 위해 다니던 와중, 삽교호 일대와 우강평야에서 목격한 가창오리의 군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관찰이 가능하다는 가창오리떼의 군무, 수십만 마리가 군집을 형성하면서 충돌 한 번 일어나지 않는 경이로운 모습을 본다면 여러분도 분명 자연에 압도될 것이다.

최근 관람한 영화 ‘파묘’에서 풍수사이자 지관(地官)으로 나오는 김상덕(최민식 분)은 후손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에 대해 언급한다. 물론 일제 침탈에 대한 과거사와 관련된 맥락은 아니지만, 분명히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전의 송전탑이 소들섬 위에 세워지기 전부터, 섬의 사계절을 모두 담아 기록하고 마을 주민들이 반대 시위하다가 끌려나가는 모습들을 다 지켜본 지역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이게 맞는걸까?’ 되새겨보곤 한다. 사람의 편리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과 시설들이 결단코 자연에는 편안을 주지는 못한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자연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된다는 걸 다들 알 것이다. 자연을 망치는 것보다 같은 피해를 복구하는데에 더 많은 비용과 금액이 들어간다는 것을.

소들섬의 폐해로 인해 섬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송전탑. 인근의 조류들을 관찰하고 있는 생태학자들은 (2024년 2월 기준) 아직 송전탑에 고압전류가 흐르고 있지는 않지만, 고압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지금보다도 더 많은 조류와 생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숨 가쁜 일상 속,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은 희망이, 생물들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인간들에게 ‘제발 관심 좀 가져달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게 소들섬이든, 지구촌에 벌어지는 기상이변이든 말이다. 지표종들과 보호종들이 다 없어지고 나면 그때가 돼서야, 우리에게 머잖아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영화 속 자연재해가 과연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 장재광 씨는…

- 1993년 행정동 출생

- 당진초 · 당진중 · 호서고 졸업

- 전 한국방송통신대 당진학생회장

- 현 당진애 · GNT글로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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