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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일본에서 온 쌍둥이 형제의 당진에서 한달살기
“당산초 친구들 고마워!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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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 ·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4월 개학 전 3월 한 달 동안 당진에서 지내
당산초에서 한국 학교생활 경험…“따뜻한 환대 감사”

일본에서 온 쌍둥이 형제 테루와 아키
일본에서 온 쌍둥이 형제 테루와 아키

테루아키(임태호)와 아키히로(임태영)는 11살 쌍둥이 형제다. 한국인 어머니(임보연)와 일본인 아버지(샤자와 카즈후미) 사이에 태어나 일본 도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4월 초 일본에서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 이모가 살고 있는 당진에서 3월 한 달을 보냈다. 

코로나19 이전엔 1년에 한 두 번, 엄마의 고향이자 외갓집인 한국을 방문하곤 했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생활한 적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당산초등학교에 다니며 한 달간 한국 친구들과 함께 지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이들을 받아준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테루와 아키는 한뼘 더 성장했다. 그리고 그동안 일본에 살면서 잘 느끼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내 반쪽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달 27일 당산저수지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당산저수지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당산저수지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당산저수지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말 통하지 않아 걱정했는데…”

지난 3월 4일 개학식을 앞두고 전날 밤 아키는 엄마 품에 안겨 “일본으로 가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호기롭게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해보겠다면서 용기를 내 왔지만,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학교생활을 하려니 막상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첫날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테루와 아키는 한껏 고무됐다. 당산초 4학년 1반(담임교사 주정환) 친구들이 관심 가져주면서 젤리도 주고, 일본어로 이름을 써달라고 해서 마치 사인회 같았단다. 이후로도 친구들은 술래잡기나 배드민턴 등을 할 때에도 테루와 아키를 빼놓지 않고 함께 했다. 언어는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손짓발짓으로 소통해야 했지만 아이들은 마음으로 통했다. 

아키는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안심할 수 있었다”면서 “며칠 지나면서 학교에 적응해가고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교장 교감 선생님과 윷놀이 하는 테루와 아키
교장 교감 선생님과 윷놀이 하는 테루와 아키
테루와 아키는 한국 학교의 급식이 맛있다고 전했다.
테루와 아키는 한국 학교의 급식이 맛있다고 전했다.

국어시간에 한글 공부 

수학이나 영어, 음악, 미술 등 대부분의 수업 시간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국어시간은 꽤 힘들었다.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4학년 국어시간은 너무 수준이 높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테루와 아키가 국어시간을 힘들어하자 양용순 교장은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교감 선생님과 윷놀이를 함께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자고 학교에서 이렇게 관심을 쏟는 동안, 테루와 아키도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했다. 

서점에서 만3세 아이들이 배우는 한글 교재를 사서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국어시간에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책 4권을 뗐다. 전혀 한글을 읽고 쓸 수 없었던 아이들은 한 달 만에 한글을 모두 떼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귀가 트였다. 대부분은 스마트폰 통역 어플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했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고. 

당산저수지를 탐방하고 있는 모습
당산저수지를 탐방하고 있는 모습

당산저수지로 체험학습 다녀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현장체험학습이다. 이날은 학교와 멀지 않은 당산저수지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큰 저수지에 금개구리가 산다고 해서 놀라웠어요. 그리고 오리가 30~40마리 있었는데 물고기도 많겠구나 생각했어요.” (테루)

아키는 친구들과 놀이를 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술래잡기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신기했단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은 일본 친구들보다 훨씬 감정 표현이 풍부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아키는 “화를 내거나 슬픔을 표현하는 것도, 좋을 때 크게 웃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배려와 환대에 감사”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지난달 29일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테루와 아키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간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조그마한 선물을 전달하면서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손수 적어 포장지에 붙였다. 

테루·아키의 어머니 임보연 씨는 “학교에서 쌍둥이 남자아이 둘을 청강생으로 받아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당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청강을 허락해줘서 무척 감사했다”며 “한국과 일본 복수국적을 가진 아이들이지만 일본의 정규교육과정 속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학교를 경험할 수 있어 정말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초월해 공통점과 서로 다름을 배우고 이해하면서 테루와 아키는 물론 당산초 친구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이 됐길 바란다”면서 “처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맞아주고 배려해준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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