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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브룩스
2007년 08월 31일 () 13:03:00 webmaster@mjmedi.com
   
 
내 안에 또 다른 내 모습이 있다

짧았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은 학교로, 회사원들 또한 짧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동안 폭우와 무더위로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일상의 여유로움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던 여름이었다. 영화계 역시 성수기인 여름방학 시즌을 너무나 무사히 마치고 또 다른 성수기인 추석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여름방학과 추석 중간에 놓여진 지금 같은 어중간한 시즌에는 안타깝게도 제 철에 개봉되지 못했던 영화들이 걸리는데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에는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맹공세 속에서 자리를 못 잡았던 스릴러와 공포 영화들이 뒤늦게나마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면서 연이어 개봉된다.

그 중 눈에 띄는 작품으로 <미스터 브룩스>가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되었던 ‘싸이코 패스’와 ‘이중 인격’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으로 낮에는 성공한 인물이지만 밤에는 살인 중독에 빠진 연쇄살인마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둔 성공한 사업가 미스터 브룩스(케빈 코스트너)는 엄지지문 외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예술적인 살인으로 유명한 연쇄살인마이기도 하다. 그는 억제할 수 없는 살인중독에 빠져있지만 항상 살인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의 내적 분신인 마샬(윌리엄 허트)은 계속해서 그에게 살인을 부추기고, 브룩스는 2년 만에 다시 살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살인현장은 이웃에 사는 사진가 스미스에게 목격되고 스미스는 브룩스를 협박한다. 또한 오랫동안 브룩스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여형사 앳우드(데미 무어)가 이 사건 조사에 나선다.

<미스터 브룩스>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끔찍한 장면보다는 매우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정리된 화면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서서히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내적 갈등을 겪는 브룩스와 그의 분신이 대화하는 장면은 꽤나 독특하면서 직설적이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는 케빈 코스트너와 윌리엄 허트의 농익은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진짜 그 둘이 일심동체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스릴러 영화라고 하면 제일 먼저 반전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는 너무나 미약하게 여겨지는 반전과 매우 절제된 화면으로 인해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이 영화의 미덕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형사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내용으로만 봐왔던 스릴러 영화를 극과 극의 생활을 하는 범인의 입장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미스터 브룩스>는 독특한 구성과 더불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너무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늦더위를 이겨내며 가을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 서서히 관객의 등골을 죄어오는 고품격 스릴러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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