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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0.10.23 00:00
  • 호수 343

“색깔있는 대학문화 디딤돌 놓고 있어요” - 신성대학 손권민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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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있는 대학문화 디딤돌 놓고 있어요”

자취방 월세 내리는 일부터 전통문화 재연, 지역봉사활동까지
신성대학 제5대 총학생회 손권민 학생회장

신성대 총학생회는 요즘 병든 학우를 위한 모금운동 준비로 바빴다. 현직 공군 하사관이면서 이 학교 야간학부 전산정보과에 다니던 이준호(32세)씨가 힘든 투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부대 안에서 사고를 당해 다리 골절상을 입은 이준호씨는 수술 치료 중에 발생한 합병증으로 재수술을 위한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재생불량 악성빈혈로 판정을 받았다. 이 병은 뼛속 골수 혈관이 지혈되지 않는 병으로 이씨는 현재 혈소판 수치가 계속 떨어져 수혈로 간신히 생명을 지탱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모금을 하는 것은 이씨가 완치되려면 골수이식 수술을 해야만 하기 때문인데 수술비만 7천만원이 넘게 드는 어려운 수술이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과 교직원 여러분께도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곧 헌혈운동도 할 예정이구요.”
본관 앞 시원한 분수대 근처에서 만난 이 학교 총학생회장 손권민(28세)씨는 피로와 근심이 배인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막 모금함을 만들어 놓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제 나이에 학교를 들어온 열아홉, 스무살의 동생같은 동기생들 틈에서 손권민 회장의 역할은 큰형, 큰오빠 노릇이다. 회장에 출마할 때도 ‘봉사하겠다’는 생각이었노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명의 후보를 제치고 큰 표로 정작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을 때에는 그 자신도 놀랐다.
“꼭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에요. 그동안 제가 보고 경험한 것들도 있고 또 시골에 있는 전문대에서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이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선거운동 과정 자체가 하나의 대학문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거운동을 통해서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선보이려고 했을 뿐이거든요.”
그래서 당시 손권민 후보는 친구가 일원으로 있는 지역청년풍물패를 불러 학교교정을 한바탕 풍물놀이 마당으로 바꿔놓았는가 하면 학생휴게공간과 식당, 도서관 등 학생복지 시설에 대해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덜컥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어버린 것이다. 본인은 자신이 몸담은 전산정보과의 후원 덕이었다고 분석하지만 큰형이 동생 생각하듯이 학생들을 바라보는 넉넉한 마음 덕이었을 것으로 이내 짐작이 간다.

그는 당진군 고대면 출신이다. 고대중학교와 천안고등학교를 나온 뒤 대학 대신 <전산원 designtimesp=14277>이라는 교육기관에서 전산교육 속성코스를 밟은 그는 전산관련 직장생활을 하고 군대에서 수색대 활동을 하는 등 나름껏 세상 경험을 했다. 세상이 그에게 가르친 것은 많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슬펐던 것은 이 사회가 아직은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학벌이라는 포장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4년제는 너무 길다는 생각에 가까운 신성대를 택했다. 그리고 그동안 쌓은 것을, 자신을 한번 바쳐보자고 생각했다. 그것이 학생회 활동이었다. 물론 자신을 위해서 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 대학생활에서만 할 수 있는, 대학문화의 경험을 하게해 주고 싶었다.

손권민 학생회장이 내건 구호는 “2천년 도전하는 총학생회”였다.
출범식을 거쳐 학생축전 때 5대 총학생회가 도전한 것은 ‘기지시 줄다리기’를 축제에서 재연하는 것이었다. 지역의 향토문화를 경험하고 ‘대동’의 뜻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기지시 지역의 어르신들을 직접 모셔다가 몇날 며칠을 두고 거대한 줄을 꼬았다. 그러나 전교생 4천명 중 적어도 1,500명은 참여하리라고 기대했던 줄다리기에는 4백명만이 참여했다.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죠. 요즘 학생들... 자기스케줄은 바빠도 전체일이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에는 좀 관심이 부족하니까요. 40%가 외지에서 통학한다는 것도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겠어요? 스쿨버스 8대가 빠져나가는 오후가 되면 학교가 적막해지는데요, 뭘...”
그러나 이런 부지런함 덕에 신년초 학교 근처 하숙방이나 자취방을 다니면서 방값을 싸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통학중에 발생하는 적지않은 학생 교통사고를 뒷수습하는 일도, 개개 행사 때마다 손이 가는 지원을 하는 것도 모두 학생회 일이 되어 버렸다.
“학생회장이 무슨 슈퍼맨이나 되는 줄 알아요. 주문은 많고, 시간도 사람도 적은데 말입니다.”

지역사회와 연관된 일도 제법 있었다. 당진군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전산동아리에서 맡아 제작한 것을 비롯해 대호지면 벼세우기 노력지원, 의학부의 야외진료봉사, 지역행사에 동아리팀 지원하기 등등이다.
요사이는 당진항 지정과 관련된 지역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기획하고 소집하고 조직하고 취합하고... 거듭되는 일과로 늘 그는 시간에 쫓긴다. 학생회의실에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면 새벽 한두 시가 되기 십상. 그래서 개인 컴퓨터도 아예 학생회의실에다 갖다 놓았다.

“학생회장에 대한 두가지 편견이 있더라구요. 하나는 정치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망가진다’는 것이죠.”
‘망가진다’는 것은 건강도, 실력도 남지않게 된다는 뜻. 하지만 손권민 회장은 이 두가지가 다 편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기 분야인 전산에서 실력가이길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개인적인 소망은 지역에 네트워크를 세우는 일이다. 학생회일로 잠잘 시간도 부족한 학기중에 모자란 공부는 방학을 이용해 만회한다. 지난 여름에도 아예 서울로 올라가 학원에 다니며 고급반 과정을 들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용의도 있다.
“대학문화요? 5년밖에 되지 않은 학교라 아직은 그 역시 역사가 짧다고 봐야죠. 이렇게 한해 한해 디딤돌을 놓다 보면 제가 생각한 대로 언젠가는 특색있는 대학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바램이 있다면 학교쪽에서 학생들을 교육의 한 주체이자 대학문화의 주체로 인정해주고 총학생회를 그런 관점에서 봐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학교의 명예와 권위가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학생회도 마찬가지거든요.”

이제 한 두달이면 5대 총학생회장 손권민씨의 임기도 끝난다.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그때까지 모금운동이 잘 마무리되어 병석에 누운 학우에게 제발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공인’인 관계로 아무데서나 술 한잔 마음껏 기울이지 못한 1년. 열정을 쏟아낸 가슴 한가운데에 떠나야할 때를 앞둔 가벼움과 무거움이 교차한다. 오늘은 몹시도 밀려오는 이 고독함을 동생겸 친구인 호승이 자취방에서 오랜만에 쐬주 한잔으로 나눠야겠다.

김태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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