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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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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가 추천하는 맛있는 집-채운야식 김원순 대표]
“한번 오면 또 오게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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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데 무슨 취재를 한다고 그래? 3월에 저 옆 채운수퍼 자리로 옮길꺼니까 그때나 오라구!”
단박에 거절이다. 주인 김원순(당진읍 운곡리) 씨는 곧 깨끗하고 넓은 가게로 옮기는데, 왜 굳이 오늘 취재하냐며 다음에 하잔다.
“왜 그려~. 맛있는 집 취재 나오는 게 당연하구만! 여기가 코다리찜이랑 닭발이 일품이요. 당진 인근 사람도 많이 오고 서울, 부산 사람들까지 사러 온다구요!”
“그렇지! 한번 온 사람은 꼭 또 오게 되어있지”

농한기를 이용해 '채운야식'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는 이웃 주민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소문난 솜씨,
염치 불구 서서 먹는 손님도 많아

6년째 정보고 정문 앞에서 ‘채운야식’을 운영하고 있는 김원순 씨는 이 동네에서 ‘닭발, 코다리찜, 붕어찜 맛있는 집’으로 유명하다. 6년 전 식당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다른 곳보다 더 맛좋은 음식을 만들 욕심’이 생겼다는 김원순 씨. 그 욕심대로 ‘소문난 닭발’집이 됐다. 그러나 10여평 남짓한 식당은 손님들이 왔다가 돌아가기 일쑤이고 그래도 아쉬운 사람들은 주방에 서서 음식을 맛볼 정도로 가게가 비좁다.

가족이 곁에 있어 큰 힘

기자가 식당을 찾았을 때 식당 안에는 주인 김원순 씨와 남편 양천석씨, 일손을 돕고 있는 이웃 주민 3명과 잠시 들렀다는 친정어머니 구정애(78)씨가 있었다.
고대면 고산에 사신다는 구정애씨는 따뜻한 붕어빵을 사다가 슬그머니 큰 딸 앞에 내 놓으시며 “우리 애가 장녀인데, 어려서부터 손맛이 좋았어. 음식 만드는데 아주 재주가 있었지. 그러니까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거 아니겠수?” 라고 음식 솜씨 좋은 큰 딸 자랑을 해본다. 귀가 먹먹해서 잘 들리지 않으시는 늙은 어머니는 쉰 살 넘은 딸이 아직도 귀여운가보다.
벼농사를 짓는다는 남편 양천석 씨도 “우리 안사람이 양념을 아끼지 않고 쓰니까 맛이 좋은 것이지. 사실 비법도 있고 말이야!”라며 아내 자랑을 한다.
가족들의 자랑에 김원순 씨는 좋기도 하도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잠깐 남편이 나간 사이에 “남편이 나 아프다고 오늘 새벽부터 죽 쑤어서 주더라고. 그렇게 잘
하는데 미안스러워…”라고 혼잣말을 한다. 야식 집이라 새벽까지 밤잠 설치며 가게를 운영해야하는 김원순 씨에게 가족들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꽃동네
도와가며 젊은 시절 보내

어제는 새벽 늦게까지 손님이 있어 제대로 잠을 못 잤다는 김원순씨.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그녀가 음식 솜씨 못지 않게 훌륭한 것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마음씨다.
중풍으로 쓰러졌던 시아버지의 병 수발을 8년 동안이나 든 것만 봐도 그렇다. “니 자식들은 다 잘될 것이다” 시아버지가 마지막 유언으로 김 씨의 자녀들 이야기를 꺼낸 건 아마도
그간 며느리에게 고마움을 느껴서 일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중학교를 졸업하고 16살부터 음성 꽃동네를 도왔다는 김 씨는 몇 년 전인 46살까지 30여년을 아무도 몰래 봉사하며 살았다. 일년에 서너 번씩 꽃동네에 들러서 목욕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도 사다줬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어머니와 남편조차 몰랐다니, 성경에 있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지금이야 우리 사위한테 말해서 사위가 대신 꽃동네를 도와주고 있어요. 그 전까지는 내가 했는데 이제 힘에 부쳐서 힘들더라고요”
꽃동네 봉사는 그만 뒀지만 김 씨가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객지에서 당진으로 와 걸인처럼 살아온 아저씨 한 분을 돕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가게를 열면서 만난 그 아저씨의 빨래며 집안 청소를 도맡아 해 주고 있으며, 때마다 끼니도 챙겨주고 있다고 한다.

막상 취재를 하려다 거절당했을 때는 민망함이 앞섰는데, 취재를 마치고 원고를 정리하다보니 ‘김원순 씨 같은 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소문난 음식 솜씨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댕기머리 소녀 시절부터 파마머리 아줌마가 될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음성 꽃동네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 시아버지 기저귀를 빠는 모습, 객지에서 고생하는 아저씨의 집을 청소하는 모습, 이 모든 모습들이다.
조영미 기자 ymcho@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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