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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도깨비
2003년 04월 21일 () 12:00:00 webmaster@mjmedi.com
한국인의 풀지 못하는 심성 해결해 주는 존재.
궁핍한 삶의 극복, 죽음의 두려움 해소하는 가치로 내재.

도깨비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뿔은 하나에, 더벅머리, 알몸에 누더기 하나 걸친 모습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는 일본 도깨비인 '오니'의 모습이라 한다. 이는 일본의 식민지과정을 거치치면서, 그리고 거대하고 예쁘게 포장된 일본의 만화산업에 의해 점령당한 것이다.

일부 학자들 중에는 우리의 정통 전래동화라고 알려진 혹부리 영감 이야기조차도 일제시대 교과과정 개편시 들어온 일본 도깨비담 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도깨비가 관념문화이기 때문에 그리고 연구조사가 적었던 우리의 탓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일본문화를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그대로 노출시킬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이를 재인식하고 전파가 쉬운 일본문화에 더 이상 점령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럼 진짜 우리 나라의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고대 문헌에 나타나있는 도깨비상은 '키가 8∼9척이 넘고, 무서운 털이 나 있고, 몸은 흑적색이고, 눈이 무섭게 크고, 몸은 나체인데 허벅지에 창포를 두르고 있으며, 입에는 날카로운 영치가 네 개 밖으로 나타나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세가락이고, 머리에 쇠뿔이 달린 것도 있고, 뿔이 없는 수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해 있는 도깨비는 생활 속의 조형미술을 통해 형상화된다. 즉 '도깨비'라는 공상적인 형상이 각 시대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또 사회의 밑바닥에 깔린 신앙적 요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계승된다.

도깨비는 우리의 전통건축물, 사찰 궁궐 등의 石狩, 문살문양에 주로 등장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도깨비무늬를 '귀면문' 또는 '벽사문'이라 칭한다.

이처럼 도깨비는 고구려 신라를 통하여 망와의 형태로 지붕 위에 자리잡아 잡귀를 막아주고, 장승의 형태로 마을을 지켜주었으며, 많은 민담과 설화 신화 속에서 초인적인 힘과 창조적인 능력, 진실성에대한 직관력으로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였다.

또한 민담이나 설화에 등장하는 우리의 도깨비는 외짝다리에 알려져 있으며, 성은 김씨이다. 그래서 도깨비를 '한 다리 김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우리 나라에 김씨가 많으니 이 땅의 도깨비가 최초로 만나 인사를 나눈 게 김씨였을 거란 추측이다. 그래서 도깨비란 녀석들은 저희들끼리 서로 부를 때 사람 흉내를 내며 '김 아무개'라고 불렀을 만하고, 사람이라고 만나면 가릴 것 없이 '여! 김생원'하고 불렀을 만도 한 것이다.

아는 성씨가 김씨밖에 없으니 당연히 김가 성을 지니게 된 것이리라. 거기다가 외짝다리니 굳이 본을 매겨서 '한 다리 김씨'로 일컬어지게 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도깨비는 외다리이기 때문에 도깨비와 씨름을 할 때는 왼씨름을 해야 이길 수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도 널리 퍼져있다.

또한 도깨비는 아무 때나 출몰하지는 않는다. '낮도깨비'란 말이 있듯이 도깨비라면 밤에 나타나야 한다는 규정성도 지닌다. 밤은 성스러움이고, 음지이며, 습한 것이다.

한편 옛 사람들은 손때 묻은 빗자루나 부지깽이, 절구공이 등이 도깨비로 변할 확률이 높다고 보았다. 사람의 손때가 묻었다는 것은 사람의 기가 물건에 전해져 영물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비록 하찮은 물건이라도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도깨비가 될 수 있으니 일종의 변신인 셈이다.

그럼 귀신과 도깨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변한 人鬼이고, 도깨비는 나무 돌 빗자루 부지깽이 등이 변해서 된 自然鬼이다.

도깨비는 한자로 獨脚鬼, 즉 다리가 하나인 귀신으로 표기하고 있어 鬼의 일종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으나, 이와는 다른 종류의 어떤 것임을 전해지는 설화나 속담에서 알 수 있다.

즉 도깨비는 귀신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과 매우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하려고 하고, 주로 마을 근처의 빈집이나 음침한 굴속에 산다. 그리고 그는 막걸리와 노래를 좋아하며, 예쁜 여자도 좋아한다. 또한 인간 흉내도 잘 낸다. 도깨비는 이렇게 사람과 흡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조화가 무궁하여 인간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가 하면, 힘이 장사이고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착한 사람은 부자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망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직하고 소박하여 인간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면도 있다. 사람의 간교함에 복수를 하기도 하지만 되려 사람을 잘 되게 도와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재미있는 도깨비 이야기 한편을 보자. 도깨비를 친구로 사귀어 부자가 된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 도깨비가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와 놀자고 하니까 하루는 부자가 "당신 같은 도깨비도 무서운 것이 있소"라고 물었더니, "이건 비밀인데 당신만 알아! 사실은 말 피를 무서워해" 이 말을 듣자, 부자는 다음날 말 피를 도깨비에게 끼얹었다. 도깨비는 놀라 쩔쩔매면서 자기가 사준 논에 돌멩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 때 부자가 와서 "돌멩이보다 쇠똥 말똥 개똥이 논에는 더 해로운데!"라고 하자 부자의 논에 똥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그 부자는 농사도 기름지게 잘 이었고 더욱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이 설화나 민담에서 보여지는 도깨비는 대체로 인간적이며, 교훈적이다.

한편, 우리 나라 도깨비의 본래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노력은 아직까지 없었다. 이 점은 도깨비에 대한 접근이 막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결과이며, 또한 도깨비를 과학적인 시각으로 해부하려는 의도에 의해 허구적인 존재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깨비는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토양 속에서 만들어진 독특하면서도 대표적인 창조물로써, 한국인의 풀지 못하는 심성을 해결해 주는 존재로 전승되어 왔다. 풀지 못하는 심성이란 궁핍한 삶의 극복의지를 심어주는 것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육체적 고통의 해소를 기원하는 원초적 가치를 뜻한다.

자유분방한 원시적인 감정과 동물에 가까운 본능을 발휘하면서, 인간의 잠재적인 욕구가 헛된 것임을 일깨워 준 도깨비는 또 다른 한국인의 모습일는지 모른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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