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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술
2003년 04월 21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일제, 강제 퇴출…밀주 형태로 근근히 연명.
세계 각국 전통 술 특화로 고부가가치 창출.

술은 당분이 발효해 알콜로 변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식품이다. 우리의 전통 술은 크게 탁주·약주·소주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고려중엽까지는 쌀과 같은 곡물 양조주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다 13C말 원나라로부터 증류기술이 전래되면서 소주시대가 열리게 된다. 소주는 증류할 때 술이 이슬처럼 방울방울 맺혀 '露酒'라고도 불렸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양조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소주와 같은 증류주가 호황을 누렸다.

소주를 내리는 방법은 솥에 숙성된 술을 넣고 시루 위에 솥뚜껑을 거꾸로 덮는다. 솥에 불을 때면서 솥뚜껑의 물을 갈아주면 소주가 주발에 고이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발달시켜 '고리'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그 종류는 흙으로 만든 토고리, 동으로 만든 동고리, 쇠로 만든 쇠고리 등이 있다.

술을 빚으려면 누룩이 있어야 한다. 누룩은 술을 만드는데 필요한 효소를 갖고 있는 곰팡이를 곡식에 번식시킨 것이다.

그러나 술의 주재료는 뭐니뭐니해도 쌀이다. 술이라는 말도 원래 범어의 '수라(Sura)'로서 쌀로 만든 즙이라는 뜻이다. '수라'가 우리말로는 술, 일본말로는 시루가 되었다.

물기가 없는 꼬들꼬들한 고두밥을 쪄서 누룩을 넣고 골고루 섞 어 술독에 넣고 물을 붓는다. 이때 사용되는 물맛은 달고 차가우며 무거워야 한다. 물맛이 달다는 것은 광물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이고, 차다는 것은 가급적 땅 속이나 바위틈에서 갓 새어나온 물일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겁다는 것은 물을 마시면 입안의 감촉이 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불가에서는 술을 인간사회의 광약이라 하여 금기했다. 적당히 즐기면 좋은 약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들이 술을 마시면 욕이 되고, 천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정월 초하루에 마시며 100가지 병을 예방하는 신비한 술이라는 '도소주'나 '귀밝이술'은 어린이나 부녀자도 마시는 게 허용되었다.

'도소주'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진다. 옛날 어떤 사람이 草庵에 살면서 섣달 그믐날 밤이면 마을 사람들에게 약 한 봉지씩을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그 약봉지를 샘물 속에 담궈 두었다가 새해 첫날 그 샘물을 길어 술항아리에 섞어 집안 식구가 골고루 마시게 해 병을 예방했다. 그 약봉지를 전해준 사람은 알려지지 않고, 단지 초암을 '屠蘇'라고도 불렀기 때문에 여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술을 먹는 데에도 법도가 있고 즐기는 방법이 있다. 박지원의 '양반전'에는 남에게 술을 억지로 권해서는 안되며, 술을 못 마시더라도 술잔을 받았으면 입술 정도는 적셔야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서술하고 있다.

담배는 부모 앞에서 못 피우지만, 술은 부자간에도 맞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일본 풍습의 잔재라 한다. 또한 술을 마시면서 잔을 부딪히는 행위도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풍속이다.

반면, 최근에는 간염의 전염을 막기 위해 '술잔 돌리지 않기' 캠페인이 있었지만,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는 것은 우리네 오랜 풍속이었다.

술잔 돌리기를 '酬酌'이라 하는데, 술잔을 돌리는 이유는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는 공동체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포석정 물위에 술잔을 띄우며 풍류를 즐겼던 옛 신라인들의 풍속이 그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와인이나 꼬냑,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보드카, 중국의 빼갈 등 각국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술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특화된 상품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전통 술은 그 종류가 수십 가지에 이르지만 잘해야 이름 정도만 한번 듣고 지나쳤을 뿐 대중화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의 전통 술 제조 수난사로부터 시작된다.

민간에서 소주제조가 계속 늘자 다산 정약용은 양조로 인한 양곡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전국에 산재한 소주고리를 거두어들일 것을 조정에 청원했으며, 성종 때에는 흉년이 들 경우 민가에서 술을 제조하는 행위를 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반가에서 '약주'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소주와 양조주가 어우러져 다양하게 발달해온 우리 전통 술은 일제시대에 들어서 결정적인 위기에 부닥친다. 1907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령'을 공포, 주세수탈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어 1916년에는 일제에 의해 전래 주류가 획일화되고, 그 이듬해에는 가양주 제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전통 술은 존립기반을 완전히 잃고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다행히도 '퇴출' 당할 뻔했던 전통 술이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은 지난 90년이다. 서울 문배주, 문경 호산주, 경주 황금주, 승주사삼주, 마포 칠선주, 아산 연엽주, 한산 소곡주, 안양 옥미주, 제주 좁쌀약주 등 모두 14종의 민속주가 국세청의 제조·판매허가를 받고 70여 년만에 양지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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