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옛조상들의 손때가 바로 진품이지요” - 당진읍 정부옥 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서, 민속자기수집 40년!

 입에 풀칠하는 일이 생활의 전부였던 시절부터. 돈되는 것도 아닌 일을 고집스레 해온 별난이가 있다.
 당진읍에 사는 정부옥(62세)씨. 정씨는 40여년동안 오래된 자기와 목기, 고서등 옛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것이면 가리지 않고 수집해왔다. 곱게 구워진 것도, 그럴싸한 문양이 들어가 있는 것들도 아니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보기만해도 옛생각에 빙그레 미소가 도는 친근한 생활자기들이다.
 사서삼경, 예기등 웬만한 집안이면 몇권쯤 갖고 있었을 고서까지 구해다 방한켠에 가지런히 쌓아두고 있다.
 ‘그냥 좋아서’시작한 일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듯, 아무데서나 멱을 감고 지천으로 널려있던 산열매를 따먹던 그때를 다시한번 살고 싶듯, 옛것이 그립고 귀했기 때문이다.
 서산이 고향인 정씨는 젊어서 장사를 많이 했다. 숯장사만 빼고는 안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 조실부모하고 장남으로 동생들을 돌보자니 큰밑천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장사를 하게 된것이다.
 ‘옛것’을 모으게 된것은 이마을 저마을 돌아다니며 곡물장사를 하면서였다.
 술병, 기름병, 제기, 꿀단지, 함, 경대, 연적, 다식판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운이 좋으면 4~5백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백자나 분청사기같은 것도 구해졌다.
 처음엔 보기드문 것들이면 모았는데 차츰 진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겨 혼자 이책 저책 뒤지며 공부를 했고 고미술을 연구하는 모임에도 가입했다. 지금은 한번만 보고도 몇년이나 됐는지, 어느 지방산인지, 저마다의 특징들을 알 수 있어 수집하는 재미에 즐기는 재미까지 얻게됐다.
 정씨가 주로 찾아가는 곳은 마을 경노당이나 주막터. 노인들께 술 한잔 권하며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집에 어떤 게 있다더라는등 솔깃한 정보를 얻게 된다.
 ‘주면 가져오고 안 내놓으면 말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 무리하게 탐을 낼것도 없다. 자신보다 그것을 더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아쉬워 할 일도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정씨도 자신이 평생모은 모든 것을 사회에 내놓을 생각이다.
 정씨는 누구못지않게 풍족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뒤늦게 시작한 수석도 솔챦은 재미를 주고 있고 글씨쓰기도 배울 생각이다. 날이 풀리면 노인들을 찾아가 양지바른 곳에서 얘기꽃을 피울것이고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진품을 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소풍이 내일인 아이들처럼 그는 낯 햇살이 하루하루 따스해지면서 부쩍 맘이 분주하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