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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I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
한의학, 국제경쟁력 가질 수 있는 극소수 바이오 분야
2011년 10월 27일 () 13:43:28 정지윤 기자 zam762@mjmedi.com

 

 

 

 

 2007년 「과학과 기술」지를 통해 “한의약은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주장한 바 있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선영(56) 교수가 지난 9월 23일 ‘한국천연물의약품연구회’ 출범을 기념해 열린 심포지엄에서 “전통 한의약을 바탕으로 막대한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화제다.

본지는 한의학자와 서양과학자 간의 이해 부족을 꼬집는 한편, 한의학의 역리기전을 규명하고 한의약의 제품표준화 등을 통해 현대화를 도모하며, 이에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해 온 김선영 교수를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한국이 갖는 천연물신약의 강점은 무엇인가?
오랜 전통의 우리나라 한의약은 그 소재가 대부분 식물이라 식물의 기능과 의약으로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또한 시민, 정부 등 사회의 저변이 천연물의약, 특히 식물의약에 대하여 호의적이다.

식물의약에는 합성이나 바이오와 비교하여 성공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여 년간에 걸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약으로 등록되어 있는 17개 의약 중에서 연간 매출액 규모 상위 3개 중 2개는 식물의약이다. 특히 2010년 87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던 ‘스티렌’은 나머지 등록 신약 16개 모두의 매출을 합한 것 보다 큰 숫자이다.

과학적인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흥”, “신이 남”이라는 특유의 정서가 있어 성공사례가 있으면 후속 제품이 빨리 성공적으로 나온다.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우리나라가 특별히 과학적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약개발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떤가?
식물의약이 신약개발의 주요 source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수십 년간 신약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합성(화학물질)과 단백질이었다. 그러나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R&D예산은 계속 증가한데 반해 시장으로 진입하는 신약의 숫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바로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같은 것들이다. 나는 식물의약이 주요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 EU 등에서 식물의약을 사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분획’ 심지어 ‘탕’에 해당하는 후보물질들도 있다. 또한 선진국 정부, 다국적 기업에서도 천연물신약에 관련된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천연물신약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들은? 한국의 경쟁국은?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거의 모든 과학기술분야의 선진국이니 당연히 주시해야 할 국가다. 많은 사람들이 NCCAM을 예로 들지만, 사실 이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오히려 예일대학 일부 교수의 활동, MIT 같은 곳에서 수행되는 당생물학, 유명기관에서 수행되고 있는 functional genomics나 pharmacogenomics 혹은 genome medicine에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천연물의약 혹은 한의약과 연결될 때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미국은 새로운 방법론, 개념,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 문화, 자금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의학의 오랜 전통이 있고, 이를 현대화하는데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강자로 등장할 것이다. 독일은 식물의약의 오랜 전통으로 품질관리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주목해야할 나라이다.

-식약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태도는 어떠한가?
내가 받은 느낌은 식약청과 유관 정부부처가 천연물연구에 비교적 우호적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의 느슨한 규제절차가 천연물의약 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최근까지 사용되던 대부분의 지표물질은 활성성분이 아니거나 지극히 미미한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다. 또한 원료에 대한 관리도 꽤 느슨하다. 우리나라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모를까, 이 상태로는 선진국은 물론 중국시장도 진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해결책은?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상당 부분을 규명하고 활성성분도 어느 정도 밝혀내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품질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인허가 기관도 대응할 수 있다. 물론 유효성이 확실히 있어야하고 이에 대한 메커니즘도 분자세포생물학적 수준에서 밝혀내야 함은 물론 기본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천연물의약품 관련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아직 산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case-by-case’로 후보제품을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FDA는 기본적으로 과학적 사고의 틀에서 절차를 진행하고, 담당 직원이 자기 책임 하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 과학적 근거, 명확한 안전성 및 유효성 데이터, 품질관리 기준을 제시한다면 설득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런 요구는 다른 의약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천연물도 다른 의약의 조건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불가능하면 과학적 논리의 틀에서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천연물의약품 표준화 작업의 의의와 방법론에 대한 소견은?
표준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제품의 질에 대한 표준화가 가장 중요하다. 식물의약 중 분획이나 탕으로 이루어진 제품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효성분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유효성분이 확실하면, 원료를 구입하는 기준을 그에 맞추면 되고, 모든 제조 단계도 그에 맞춰서 표준화 작업을 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유효성분을 확실히 모르거나 아주 일부분만을 알다보니 식물 원료를 구입할 때나 제조할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천연물분야에서 표준화 작업이 더욱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원료 식물의 재배방법과 조건을 표준화하고, 중요한 제조단계들을 표준화하여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나온 해결책 중 하나가 ‘chemical fingerprinting’방법이다. 유효성분이 뭔지 확실히 모르니 제품에 있는 물질들의 종류와 양을 full scale로 분석하여 그 패턴이 일관성 있게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유효성을 대표하거나 반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사용하여 ‘cell-based bioassay’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유효성과 상관관계를 가지는 마커를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과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후자의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천물질에 대한 특허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허확보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천연물은 원천 특허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다. 제일 좋은 것은 물질 특허인데, 식물 자체가 특허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유효성분 혹은 유효분획과 제조법에 대한 특허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사용대상(예를 들어 특정 질환)도 특허의 범주에 들어가며, 특별한 품질관리기술이나 방법론도 좋은 지적재산이 될 것이다.

-한의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의계는 천연물의약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식물의약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이 있고, 한의약 DB에 대한 사용능력이 다른 전문가 집단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극소수 바이오 분야 중 하나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한의학에 현대과학을 도입하면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부 한의사들은 천연물의약이 발전하면 한의업계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천연물의약의 범위와 대상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의사들은 복방을 사용한다. 그것도 꽤나 복잡한 처방들이다. 대부분의 천연물의약은 그러한 복잡한 복합처방을 사용할 수 없고, 특히 선진국 시장진입을 목표로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2~3개 재료만 사용해도 과학적 품질관리나 표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의약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법, 그것도 첨단과학의 기법이 도입되어야만 한다. 천연물의약에 사용되는 과학과 기술은 한의약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지윤 기자


■ 김선영 교수 약력

△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 MIT 생물공학 석사
△ 하버드 대학교 분자유전학 석사
△ 옥스퍼드 대학교 분자유전학 박사
△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조교수
△ 국제 학술지 Gene Therapy 편집위원(9기)
△ (주)바이로메드 대표이사
△ 한국유전자치료학회(KSGT) 학회장
△ 지식경제부 R&D 전략 기획단 융합신산업부분 MD(Managing Director)
△ 現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現 국제학술지 J. Gene Medicine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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