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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라면과 밥, 어떤 것이 더 좋은 음식인가
2012년 10월 25일 () 15:46:55 김기왕 mjmedi@mjmedi.com

   

김 기 왕
부산대 한의전 교수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라면과 집에서 사람 손으로 지어낸 밥, 어떤 것이 더 ‘몸에 좋은’ 음식일까? 설문조사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국민 대다수가 밥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밥이 라면보다 몸에 좋을까? 뻔한 것을 물어본다 할지도 모르겠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몸에 좋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겠으나, 대체로 ‘안전하다’는 의미와 ‘건강의 유지,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선 어느 쪽이 안전할지 생각해 보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공식품은 각종 관공서와 소비자단체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 또한 공정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진다.
과거 국내 1위 라면업체에서 생산하는 과자에 쥐의 사체 일부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때 이 업체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공장에 쥐가 들어갈 틈이라곤 어디에도 없는데……” 그래도 결국 이물질이 나오지 않았느냐 할지 모르겠으나 한 번의 사건만 가지고 공장 식품과 가정 음식의 안전성을 비교할 수는 없다.

당시 이 업체 회장을 맡고 계셨던 분은 평소 이른바 식스시그마 운동의 전도사역을 자처했던 분이다. 다시 말해 공정의 오류 확률을 표준편차의 6배 수준(백만 건 시행에 3.4 건 발생하는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다.

그에 비해 집에서 만드는 음식이 해를 끼칠 확률은 어느 정도 될까? 통계는 없으나 우리의 일상 경험을 돌아볼 때 아마 1천 배 이상의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조리과정에 혼입되는 각종 이물질(인체 탈락물, 생활용품 부스러기, 검댕, 세제 등), 가옥에 상주하는 여러 곤충들, 이따금씩 경험하는 쉰 밥 ……
이런 것을 생각하면 위해가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으리란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공장과 가정의 단위 체적당 먼지 수와 세균 수를 비교하면 둘 사이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에 기여하는 정도는 어떠할까? 비교의 기준 자체를 설정하기가 어렵겠으나, 우선 비만에 대한 영향을 비교해 본다면, 100g당 열량은 라면(445Kcal)이 쌀밥(356Kcal)보다 높지만 혈당을 높이는 정도, 즉 당지수(GI, glycemic index)는 쌀밥(84)이 라면(73)보다 높다.

게다가 식품섭취의 1차적 목적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 흡수에 있으니 꼭 열량이 낮은 식품이 좋은 식품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은 나트륨 함량을 거론할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일상적인 식사가 밥과 함께 국, 찌개, 김치 등의 부식으로 이루어짐을 생각하면 이런 주장 역시 일방적으로 라면 쪽이 열등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라면이 밥보다 저급한 음식이라는 생각은 아마도 그 가격이 매우 싸다는 것과 공장 가공을 거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 기인한 믿음인 것 같다.

이미 사용되어 온 천연물이 공장에서 합성된 물질보다 안전할 것이란 생각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으나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어떤 식품이 몸에 좋은가를 공정히 비교하려면 믿음 이면의 여러 고려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의계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약들보다 사람의 손을 거쳐 조제한 천연물 소재의 약이 몸에 좋다는 대중의 뿌리 깊은 믿음에 일정 부분 수혜를 입어왔다. 허나 이제 그 믿음이 여러 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한약 역시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천연물신약 문제로 한의계가 크게 앓고 있다. 우리의 요구에 의해 한약재의 자가규격제가 폐지되었듯이 한약처방도 공장제 생산, 그리고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차제에 한의원 처방약의 중심이 초제에서 공장 생산 제제로 옮겨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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