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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첩약건보사태와 한의협 점거
2012년 11월 01일 () 15:51:31 장욱승 mjmedi@mjmedi.com

   

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올해는 정말 엄청난 일들이 쏟아지듯 일어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의계 관련 분들도 필자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것이다.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의결된 첩약건보 시범실시 방안 중 ‘한조시 약사, 한약사’가 포함된 안이 발표되었다. 이는 1993년 한약분쟁 이전으로 모든 시계가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후 몇 년간 한의계의 투쟁을 통해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한약분쟁이 다시 되살아나는 사건임이 틀림없다.

약사나 한약사에게 진단권이 부여되는 것은 명백히 현행법 위반이며, 의료인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무시하는 발상이다. 문제는 이런 논란을 뻔히 알고 있는 한의사협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환영한다는 식으로 대처했다는 점이다.

민족의학신문 기사에서도 그간 첩약건보에 대한 찬성의 입장도 있었고, 반대의 입장도 있었지만 어떤 입장이든 정확한 방안과 한의계의 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분이라고 할지라도 약사와 한약사가 참여하는 첩약건보를 시작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지난 28일 오후 2시부터 대한한의사협회 건물 점거농성에 돌입한 200여 명의 한의사 평회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들은 곧장 한의사평회원협의회(가칭·회장 국승표)를 조직하고 현 한의사협회 회장과 집행진, 그리고 중앙대의원, 시도지부장 모두의 일괄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의 한 명으로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

한의계에 협회장이 중도 사퇴한 일이 처음은 아니다. 분명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 중앙 대의원들의 의결을 통해 탄핵한 경우나 본인의 자진 사퇴형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평회원협의회는 중앙대의원까지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서 한의계 회원 간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단 모든 사태의 책임은 현 한의사협회 집행진에 있다. 한의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환영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만으로도 더 이상 정상적인 협회 운영은 어렵다고 본다. 현 집행진은 적절한 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 천연물신약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비대위가 꾸려져 있으니 당분간 회무 공백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평회원협의회도 그 심정은 이해가지만 협회 기물 파손 등 폭력적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향후 한의계를 향한 여론을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요소는 피해야 한다. 향후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핵심은 대의원이다. 첩약건보 사태와 천연물신약 사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한의사협회 회무를 결정하는데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해야 한다. 제일 큰 문제는 역시 세대 간의 문제이다. 한의계의 어려움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불만과 그에 따른 해결책이 제대로 한의계 전체로 공유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안뿐 아니라 몇 년째 지지부진한 협회장 직선제 문제가 같이 거론되는 것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다.

당장은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 최대한 빨리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 대의원들이 책임감 있게 이번 사태해결의 방향을 결정해주어야 한다. 일반 한의사 회원들도 대의원들과 의견조율을 할 책임이 있다.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일 생길 때만 욕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쪼록 제2의 한약분쟁으로 가지 않기 위해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향후 대의원 개개인의 성향 문제도 아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제도와 장치가 필요한지도 차제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더 이상 이런 불미스런 사태도 없어지고 앞으로 한의계 앞에 놓인 여러 가지 난제들을 좀 더 힘차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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