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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동백(冬柏)이 되고 싶다
김영호 칼럼
2014년 05월 01일 () 11:29:04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이화여대 윤정구 교수의 ‘나이 50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들’이라는 칼럼을 보고서 공감 가는 바가 참 많았다.

잠시 소개해본다.
① 초년 성공은 오히려 인생의 독이 된다는 것.
② 인생 대박은 쪽박의 지름길이라는 것.
③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가면 생각했던 것보다 인생 역전한 친구들이 많다는 것.
④ 영양가만 따져 만든 인맥이 정말 영양가가 별로 없다는 것.
⑤ 명함을 돌리면 97%의 사람은 버린다는 것.
⑥ 1,2년이 아니라 적어도 20년은 해야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⑦ 40대에 하늘을 찌르던 자만심도 50대로 들어서면 급속도로 꺾인다는 것.
⑧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의 기억이나 추억은 고무줄이 된다는 것.
⑨ 아무리 성과를 많이 냈어도 정년퇴직 하자마자 조직은 금방 나를 잊어버린다는 것.
⑩ 인생에서 믿을 것은 자식이 아니라 배우자 밖에 없다는 것.

참 멋진 교훈이다. 10가지 깨달음 중 1,2,3번 같은 성공에 대한 조언은 더욱 현실적이다.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성공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노년의 안정을 위해 젊음을 희생한다. 그래서 일찍 성공하고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지만 이런 성공이 ‘과연 제대로 된 성공일까?’ 하는 의문은 항상 슬금슬금 올라온다.
한의사뿐 아니라 의사직업군 및 자영업자들이 젊은 나이에 성공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성공은 조금 더 긴 안목으로 천천히 생각해볼 것이 아닌가 한다.

1. 성공은 오로지 나의 능력?
젊은 나이에 인정할만한 재력을 갖추는 경우 대부분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성공으로 가는 왕도가 아닌 경우도 많다. 경영에 성공한 강사들의 경영 강의가 수강자들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윤정구 교수의 칼럼에 나오는 말처럼 대박은 운이 좋아서 찾아온 경우가 많지 그 ‘운’을 필연이라고 믿는 순간 쪽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성공이 곧 나의 노력으로만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일수록 생각이 고정되기 쉽다. 공무원 사회에서 고시와 초고속 승진을 거두는 사람들이 결정적인 실수와 판단착오로 국민에게 실망과 슬픔을 안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어린 나이에 거둔 고시의 성공과 높은 지위가 ‘나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부족하다’라는 아집 때문이 아닐까?

2. 메디치 가문의 교훈
피렌체의 명문가였던 메디치 가문은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음에도 중요한 교훈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은 성공하면 변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는 반면 남의 실수에 대해서는 가혹해진다. 강자에게는 비굴해지고 약자에게는 강해진다’는 점을 알고 책을 수집하여 그 지혜를 가문의 후손들에게 계속 물려주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94년 1차 몰락을 겪지만 가문의 정신은 소멸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명문가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은 필요이상의 과도한 성공(부와 권력)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므로 늘 고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라는 의미로 ‘책 사냥꾼’까지 고용해 고전을 모았다고 한다.

3. 김재규 경찰학원
매년 경찰관이 되는 10명중 2~3명이 거친다는 김재규 경찰학원의 김재규 원장은 고시를 1차도 못 붙어보고 8년이나 낙방했다고 한다. 모의고사는 늘 합격권이었지만 시험만 다가오면 잠이 안 오고 불안해지면서 시험을 망치곤 했다. 그런데 8년간의 고시 낙방으로 절망하고 있던 시기에 공무원 시험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는다. 그 때부터 그는 경찰 공무원학원계의 신화가 되었다. 8년간의 실패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경찰 공무원 학원계의 ‘성공신화’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민국은 성공에 목말라 있다. 성공에 대한 갈증으로 늘 불안해하거나 몇 차례의 실패로 좌절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의 3가지 사례는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한의계에도 수 많은 경영강의가 달콤한 성공을 미끼로 고액의 강의료에도 불구하고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강의를 통해서 기대하는 성공을 다 이루었는지 알 수 없다. 경영적 성공을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만족스러운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수많은 한의사는 대박 한의원 같은 성공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 필자는 조금 늦은 성공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려온 ‘운’과 ‘평범한 일상’에 깊은 감사와 안도감이 느껴지는 시기이다. 이른 나이의 벚꽃 같은 성공보다 추운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동백 같은 ‘성공’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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