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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영화 읽기 | 나를 찾아줘
2015년 01월 15일 () 10:52:58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이 속담은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들도 바뀌듯이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이 됐다. 이는 얼마 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랑과 전쟁’같은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물론 막장 드라마와 영화의 흔한 주제이기도 한 부부 간의 싸움은 지난 10월에 개봉해 입소문만으로 17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불가의 외화 스릴러 영화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나를 찾아줘>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을 선보이고 있다.

   
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완벽한 커플이지만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실종되는 사건을 맞이한다. 유년시절 어린이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여주인공이었던 유명인사 아내가 사라지자, 세상은 그녀의 실종사건으로 떠들썩해진다. 한편 경찰은, 에이미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숨겨뒀던 편지와 함께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서들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미디어들이 살인 용의자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관심이 그에게 더욱 집중된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나를 찾아줘>의 원제는 <사라진 그녀 (Gone Girl)>이다. 하지만 간혹 원제보다 번역된 제목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의 제목인 ‘나를 찾아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며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 되새기게 될 것이다. 또한 ‘세븐’과 ‘파이트클럽’ 같은 유명한 스릴러 영화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영화이며,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은 관객들의 허를 찌르고도 남는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반전 결말만을 기대한 채 영화를 본다면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는 에이미와 닉이 처음 만날 때부터 에이미가 실종 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시간대별로 구분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명대사 중의 하나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부의 사랑은 금방 식어가는데 그 원인들이 남 얘기 같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 비슷하기에 섬뜩함이 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미혼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크지 않아 2시간 3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혼자들의 경우에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공감 또는 경악이라는 극과 극의 반응을 느끼면서 극 전개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토록 찾아 헤맸던 나는 누구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2015년은 전쟁보다는 사랑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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