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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되고 싶은 어침장
영화 읽기 | 상의원
2015년 01월 29일 () 10:18:42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즉 아무리 좋은 이야기와 배우가 있다고 해도 감독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저 그런 작품이 되거나 최고의 명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 무조건 배우나 마케팅에 의해 영화를 선택하지 말고 감독이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도 영화감상의 포인트이며, 이를 통해 미리 어떤 식으로 영화가 전개될 것인지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어 영화 선택에 대한 큰 후회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상의원>이라는 영화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감독 : 이원석
출연 : 한석규, 고수, 박신혜
왜냐하면 연기파 배우인 한석규와 고수, 떠오르는 대세 유연석과 박신혜가 등장하는 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고 있는 영화이지만 연출은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원석이라는 감독이 맡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데뷔작인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영화를 통해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키치적인 연출로 매우 색다른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 관객들의 관심을 받게 됐는데 두 번째로 연출하는 작품이 사극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팩션 사극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진지하게 진행돼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전작만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이원석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꽤 궁금하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지어온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이제 6개월만 채우면 곧 양반이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왕의 면복을 손보던 왕비(박신혜)와 그녀의 시종들이 실수로 면복을 불태우게 된다.
그래서 급하게 옷 짓는 사람이 필요했던 왕비의 청으로 궐 밖에서 옷 잘 짓기로 소문난 이공진(고수)이 입궐하여 하루 만에 완벽하게 왕의 옷을 지어 올린다.

돌석은 처음에는 기생들의 옷이나 만드는 천한 사내라고 생각하며 공진을 무시하나 자신을 곧잘 따르는 공진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그의 천재성에 묘한 질투심도 느낀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의복 등을 만들어 바치는 실제 관청이었던 상의원을 배경으로 하고, 나머지 왕과 왕비 등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은 허구인 팩션 사극 <상의원>은 예상대로 이원석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로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의 의상과 시대를 넘나드는 언어적 유희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최근 사극 드라마에서 왕 역할로 자주 나왔던 한석규가 이번에는 왕이 아닌 양반이 되고 싶어 하는 어침장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라이벌인 고수는 외모답게 정통 사극보다는 퓨전 사극에 맞는 연기로서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또한 막장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극단적인 대립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라이벌 관계를 보여주는 것과 그것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장면은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매우 재미있는 설정으로 여타의 작품과 대비되는 부분이자 이원석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로 갈수록 신선한 발상으로 비롯된 갈등 대신 기존 사극과 별반 차이 없는 갈등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와 옷을 통해 인생을 얘기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좀 더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를 끝까지 부각시키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긴장감을 높였더라면 두 명배우의 피 튀기는 연기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구세대 배우들의 연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고, 화려하고 색다른 궁중의상 등을 맘껏 볼 수 있는 <상의원>은 새로운 퓨전 사극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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