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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7.07.02 00:00
  • 호수 669

20년 추억 속의 차 ‘포니2’ 모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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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차가 아니에요 어떤 이에게는 향수를, 어떤 이에게는 가르침을 주는 특별한 존재죠. 앞으로요? 앞으로도 한 10년 너끈합니다“


 20년전 자동차 포니2를 기억하는가. 직선형의 디자인으로 소박함과 단순함을 주는 차. 특히 난쟁이 짐차 같은 인상을 주는 <포니2 픽업>은 소형차의 앙증맞음과 실용성을 갖춰 그 솔직한 단순함으로 멋과 기품이 넘치는 요즘 차들을 압도한다. 마치 당나귀가 끄는 수레 같다고나 할까. 그 차들이 매력있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잃어버린 것들과 지나온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기 때문인지 모른다.

 현재 당진에는 포니2를 운전하는 사람이 셋 있다고 한다. 그냥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좀 더 있다는데 아직도 쓸 만해서 끌고 다니는 차는 그중 세 대라는 것. 당진에 있는 포니2 세 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어렵게 수소문하고 서로 엇갈리는 시간까지 맞추어 모인 곳은 <나라사랑 공원>. 워낙 각별한 차를 지니고 있다보니 촬영현장도 까다롭게 고른 한 차주인의 센스였다. 그런데 막상 모이고 보니 희한하게 모두 <포니2 픽업>이었다. 색깔까지 약속한 듯 모두 흰색계열. 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신이 났다.

 “그러게. 당진에 세 대 있다고만 들었지 죄다 픽업인 줄은 몰랐네.” “색깔까지 하얗구 말이지. 거참.” 고개까지 갸우뚱거리며 차 주인들끼리 얘깃거리가 쏟아졌다. 이날 모처럼 때 빼고 광내고 수줍게 나들이를 나선 <포니2 픽업>의 주인들은 당진읍에 사는 김충환(54), 김용석(49), 김일(46)씨 세 사람. 이 가운데 김충환씨와 김용석씨는 20년째 포니2 픽업을 몰고있는 처지라 어느새 각별한 사이가 되었고 김일씨는 작년에 인수받아 뒤늦게 포니2픽업의 주인이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아는 처지들인데 김충환씨와 김일씨가 이날 처음 만나 형님 아우 인사를 나눴다.      

20년째 팔지 않고 이 차를 타는 이유
 “차가 아주 좋아요. 손갈 일 없고 비포장용이라 20년 전부터 비료나 사료, 농자재 같은 거 싣고 다니면서 농사지을 거 다 짓고 실컷 썼죠 뭐.” 김충환씨의 말에 김용석씨도 맞장구를 쳤다. “98년 수해 때 이 차가 물을 다 뒤집어썼었어요. 그런데 세차 한번 싹 하고 오일 싹 갈고 나니까 아무 탈도 없어요.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요즘 와서 이 차는 사회적으로도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저 빠르고 새롭고 신기한 것을 쫓아 하루가 멀다 하고 물건을 바꿔대는 사람들에게 절약과 근검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회심리적 안정제 역할도 한다나. “옛날에 이 차를 타봤거나 아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차 귀한 줄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김충환씨는 차를 깨끗하게 잘 관리해서 사람들이 부러워할 때면 기분까지 좋아진다고 한다. 김충환씨의 설명에 또다시 김용석씨가 맞장구를 쳤다. “그럼 그럼. 차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외제차인 줄 알고 어디 꺼냐고 물어봐요. 하하하.”

차종이 너무 오래돼서 어려움은 없을까
 “별 어려움 없어요. 인터넷에도 동호인모임이 있고 전국순회부품점도 있고 형님하고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서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물어도 보고 그래요.” 김용석씨가 김충환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차는 고장날 일이 없어요. 옛날식이라 모두 손으로 만지게 돼 있어서 차 앞 트렁크가 텅 비어 있거든요. 다 수작업으로 틈틈이 손을 보니까 탈 없어요.” 김충환씨가 덧붙였다.
 “요즘 차들과 다른 점요? 아, 그건 한 가지 있죠. 편의시설이 없다는 거. 그래서 여름이면 쪄죽는다는 거. 그것 뿐이에요. 하하하.” 김용석씨의 말에 모두 웃었다.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나오는 요즘 차들과 달리 <포니2>에는 에어컨도 없고 유리창이고 뭐고 죄다 수동이다. 핸들도 파워핸들이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한테 주면 거저 줘도 못탈 걸요.” 그런 차를 김용석씨는 에어컨을 달아 쓰고 있지만 김충환씨는 아직도 그냥 쓰고 있다. “그리고 또 있어요. 차가 작고 낮아서 키 큰 사람은 타기 힘들다는 거. 그리고 둘밖에 못탄다는 거죠.” 김충환씨의 말이다.

사실 흠이 있어요 후진이 어려워요
그래도 팔라는 유혹이 엄청 많답니다
 사실 이 차에는 한 가지(?) 흠이 있다. 후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날 친구에게 차를 빌려줬어요. 근데 이 녀석이 약속한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영 안나타나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보니 후진을 못시켜서 마냥 가다가 U턴해서 한밤중에 간신히 돌아왔더라구요. 하하하.” 김용석씨의 말에 따르면 그런 흠은 요령만 생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요즘 이 차주들은 ‘그 차 좀 팔라’는 갖가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차 바닥, 즉 적재함이 낮아서 가스집이나 주유소 통배달집에서 팔라고 유혹해요. 아주 편리하거든요.”(김용석씨) “어느날 차를 몰고 가는데 어떤 양반이 계속 날 쫓아와요. 뭐 잘못 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러나 싶어서 심각하게 내려서 왜 따라오냐고 물었죠. 싱겁게도 차를 팔라고 하대요.”(김충환씨)

차 잘나가요. 안쓰러워 속도를 못낼 뿐이지
앞으로도 한 10년 너끈히 탈 겁니다
 가장 최근에 이 차를 구입한 김 일씨도 사연이 소박하다. “차가 작고 이쁘잖아요. 실용성도 있구요.” 김씨는 이 차를 헐값에 샀지만 거금을 들여 외형을 완전한 상용 자가용으로 탈바꿈시켰다. 두 선배의 <픽업>을 번갈아 보며 신기해하면서도 든든해하는 김씨는 “한 4-5년 더 탈 수 있을까요?” 물었다가 “무슨 소리? 앞으로도 한 10년은 너끈하게 탈 거야.” 하는 두 선배의 장담에 더 큰 힘을 얻었다.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차 잘 나갑니다. 고속도로 나가면 시속 120km는 달릴 수 있어요. 단지 안쓰러워서 세게 밟지 못할 뿐이죠.” 그리고 한 가지,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이 세사람이 우연히 차를 오래 탔거나 괜히 낡은 차를 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차를 아끼고 사랑하는 “차사랑맨”들이다. 김충환씨와 김용석씨는 지금도 각기 군청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전을 업(業)으로 하고 있고, 왕건야식 사장님 김 일씨도 한 5년 개인택시를 몬 적 있는 자동차 베테랑이다. 오로지 사랑만이 특별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자동차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글_김태숙 / 사진_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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