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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도서비평|십우도, 마침내 나를 얻다
2016년 05월 27일 () 09:00:13 안세영 mjmedi@mjmedi.com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한 이맘때에는 되도록 불교 관련 서적을 들춰보려 합니다. 늘 외물(外物)에 휘둘리며 정신줄 놓고 살았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요코야마 고이츠 著
장순용 譯
들녘 刊

사바세계에서 가끔씩이라도 ‘참나[眞我]’를 자각할 방편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좇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예수님·공자님의 말씀도 더없이 훌륭하지만, 전생에 중이었는지 아니면 후생에 중이 될 팔자인지 저는 부처님이 제일 좋더라구요. 이런 연유로 이번에는 『십우도, 마침내 나를 얻다』를 꺼내 보았습니다.

‘십우도(十牛圖)’는 불교에서 견성(見性)에 이르는 과정을 소[牛]를 찾는 것에 비유해 열 단계로 묘사한 그림으로, 심우도(尋牛圖) 혹은 목우도(牧牛圖)라고도 부릅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보명(普明)스님과 곽암(廓庵)스님으로부터 유래되었는데, 두 분의 그림에는 사소한(?!) 차이가 있습니다. 보명선사의 그림은 검은 소가 점차 흰 소로 바뀌는, 곧 오염된 성품을 닦아 청정하게 만드는 점오(漸悟)의 과정을 표현했으니 묵조선(默照禪)을 반영한 것이고, 곽암선사의 그림은 검은 소가 곧바로 흰 소로 바뀌는, 곧 돌아섬과 동시에 본디 청정한 성품임을 단박에 깨닫는 돈오(頓悟)의 과정을 표현했으니 간화선(看話禪)을 반영한 것이지요. 아무튼 이 십우도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널린 게 절이고, 석가모니불·비로자나불 등 본존불을 모신 절의 중심 건물, 금당(金堂)의 외벽에는 대부분 십우도가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기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곤 하지요. 해서 “보고서도 못 봤다”고 말하기 십상인데, 우리들 본성(本性)에 대해서도 이렇게 보고서도 못 보았노라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

『십우도, 마침내 나를 얻다』는 도쿄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한 요코야마 고이츠(橫山紘一)가 십우도를 독자적으로 해설한 책입니다. 저자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30여 년간 고심한 결과를, 십우도의 구성에 따라 정리한 자아성찰의 고백록이지요.

즉,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지은이의 표현대로는 Sein(존재)을 구명한 바탕 위에서 Sollen(당위)을 확립코자 한 노력을 열 장의 그림 순서에 맞추어 상세히 설명해놓은 것입니다.

글은 법당에 그려진 벽화를 왼쪽에서부터 한 바퀴 빙 돌아보는 것처럼 읽으라는 듯, 심우(尋牛-소를 찾아 나서다)→견적(見跡-자취를 보다)→견우(見牛-소를 보다)→득우(得牛-소를 얻다)→목우(牧牛-소를 기르다)→기우귀가(騎牛歸家-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망우존인(忘牛存人-소는 잊지만 사람은 존재한다)→인우구망(人牛俱忘-사람과 소를 모두 잊다)→반본환원(返本還源-근원으로 돌아가다)→입전수수(入廛垂手-저자에 돌아가서 손을 드리우다)의 형식으로 쓰여 있지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불교적 관점만을 고집하지 않고 서양의 실존철학·그리스 철학·기독교 사상 등까지 동원해 가면서….

일본의 도겐(道元)선사는 행주좌와(行住坐臥) 사위의(四威儀)가 곧 불법(佛法)이라고 했습니다. 범부중생(凡夫衆生)일지라도 견성성불(見性成佛)이 가능하다는 뜻이겠지요?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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