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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진포구
  • 입력 2009.03.30 00:00
  • 수정 2015.06.12 21:40
  • 호수 754

당진 앞바다는 지금… 싱싱한 봄철 해산물로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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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항 실치, 성구미 간재미, 한진포구 쭈꾸미

뭍에는 노란 산수유가, 바다에는 주꾸미와 실치, 간재미가 봄이 왔음을 알린다. 3월이 되면서 날씨가 평년 기운을 웃돌며 부쩍 포근하더니 지난주 한차례 매서운 꽃샘추위가 닥치는 바람에 잠시 어획량이 주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봄은 재촉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돌아오는 법이다. 봄을 맞아 바다에 나가기 위해 어망을 손질하고 배를 돌보는 당진의 어부들. 각종 산업단지와 개발현장이 바닷가 주변을 에워싸면서 평생을 함께한 바다를 잃을 위기에 놓였지만 그들은 오늘도 새벽같이 바다로 향한다. 한진포구의 주꾸미, 장고항의 실치, 성구미의 간재미 잡이에 한창인 어민들에게 제철 해산물의 별미와 올해 첫 그물질에 앞선 바람을 들어봤다.

 

 

●한진포구 ‘쭈꾸미’

“어획량 줄었지만

봄에는 역시 주꾸미가 최고!”

 

한진포구는 바지락이 유명하지만 요즘에는 제철을 맞은 주꾸미 잡이도 한창이다. 비록 풍어였던 지난해에 비해 어획량이 1/3도 안될 만큼 줄어들었지만 포구에 나온 어부들은 오늘도 만선을 꿈꾸며 바다로 향한다.

김대식(40)씨는 진해호의 젊은 선장이다. 18일 아침, 서해대교 위로 해가 떠올라 눈부신 바다 위에서 김 씨가 ‘주꾸미 아파트’라 불리는 소라고동 그물을 건져 올린다.

“아직은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데다가 어획량도 많지 않아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 한진 앞바다에서만 잡아요. 기름 값 생각해서 멀리 안 나가는 거죠. 갈수록 고기가 줄어들어 걱정이에요.”

봄철에는 1만개의 소라고동 그물로 주꾸미를 잡는 김 씨는 아침 7시쯤 나와 오후 1시까지 조업을 한다. 한진포구에서 김씨처럼 조업을 생계로 하는 어선은 10척 정도 남짓. 나머지 배들은 낚시꾼들이 이용하는 낚시배이거나 양식장을 오가는 데 쓰이는 배들이라고.

“어민이 뭐 바라는 거 있나요. 고기가 많이 잡혔으면 하는 것뿐이죠. 고향이 바닷가라 바다에 나오면 마음이 편하기는 한데... 고기만 많으면 어민들이 살만 할 텐데 말예요.”

아직 본격적인 산란철이 아닌지라 김씨의 소라고동에는 주꾸미가 얼마 들지 않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만난 전명식 씨의 배에는 쭈꾸미가 커다란 다라로 한 가득이다. 전씨는 커다란 그물인 낭장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이 사람아 조금 있으면 자네가 더 많이 잡힐겨. 이렇게 바람이 불고 추운데 벌써 (주꾸미가) 고동으로 들어가간?”

자신의 배를 넘어다보며 한숨 쉬는 김씨를 향한 전씨의 말이다.

밥풀 같은 하얀 알이 꽉 들어차기 시작하는 요즘, 주꾸미는 그야말로 제철이다. ‘봄철 주꾸미, 가을철 낙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꾸미를 팔팔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살이 그만이려니와 시원하고 깊은 바다맛을 느낄 수 있는 육수도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성구미 ‘간재미’

“마지막 될지도 모를

성구미 간재미”

 

오후 1시쯤 바다로 나갔으니 5시가 되면 뭍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무작정 포구에서 김병옥(59) 씨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5시가 가까운 시각, 저만치서 배 한척이 포구로 들어온다.

“많이 잡으셨어요?”

“많기는.... 그냥 그럭저럭. 작년에 비하면 1/3도 안돼... 이렇게 뱅뱅 돌아가며 막아 놨는데 많이 잡힐 리가 있나...”

부두에 배를 대던 김씨가 성구미 앞바다를 가로막은 송산산업단지 공사현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제법 커다란 다라에 입을 뻐끔거리는 간재미가 한가득이다. 김씨가 잡은 간재미는 포구에 내리기가 무섭게 인근 횟집과 포구의 상인들이 앞 다퉈 사갔다.

15살 때부터 뱃일을 시작해 간재미를 잡아 온 김씨와 아내 조욱현(57)씨는 국화도 맞은 편 이파도 근해까지 간재미를 잡으러 나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아이고... 이제 뱃일 징그럽지 뭐. 파도랑 싸우고 힘들고 어렵고... 그래도 그렇게 바다에 나가 간재미 잡아서 아들 딸 모두 공부시키고 키웠어. 딸들은 시집도 다 보내고 막내는 경찰이야~”

당진의 8미 중 하나인 성구미 간재미는 옛부터 어획량이 많고 맛도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황금어장 성구미에서 1남2녀를 모두 뱃일로 키워 온 부부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현대제철이 송산산업단지를 추가 확장하면서 성구미포구가 추가확장지역으로 포함돼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배 한척 가지고 바다만 바라보며 살았는데 앞으로 우리 같은 어민은 어찌 살아야 할 지 걱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고항 ‘실치’

“앞바다에서 바로 잡아 싱싱한 실치회”

4.9~4.12 장고항실치축제 열려

“당진은 바로 앞바다 가까운 곳에서 잡고, 서해라고 해도 다른 곳은 실치를 잡아서 육지로 오는 데 만해도 하루 종일인데 어찌 맛이 같을 수가 있겠어요? 여기(장고항)는 실치가 주업이니까 훨씬 싱싱하고 맛있죠.”

영성호 선장 김승배(45) 씨는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뱅어포를 만들기 위해) 실치를 널었다”는 당진 장고항 토박이다. 뱃사람으로 산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김씨를 만났던 지난 17일, 그는 꽃샘추위에 더욱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 개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분에 실치가 평소보다 많이 잡히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다만 보고 살아온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속수무책이란 것을 안다. 수년간 뱃일을 하며 마음 졸인다고 인간이 자연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그래도 많이 잡힌다고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많이 오지~”

옆에서 지켜보던 이웃이 인터뷰를 거든다. 김씨는 “언론에 거짓말하면 안 된다”며 손 사레를 치면서도 “실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날씨가 추워 올라오지 않는 것뿐이니 날씨만 풀리면 많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3월 중순경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실치는 5월 중순까지 약 두 달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4월 초순부터 잡히는 실치가 회로 먹기에 적당하며 그 이후에 잡히는 실치는 뱅어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실치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어장이 가까운 곳에서만 맛볼 수 있으며 금방 잡은 싱싱한 실치와 신선한 야채를 듬뿍 넣어 만든 실치회는 봄 향기 물씬 풍기는 상큼함 그대로다. 4월9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장고항실치축제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행사를 마련해 관광객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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