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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73> - 『巢氏諸病源候論』②
惡疾大風을 일으키는 8만 가지 기생충
2019년 06월 22일 () 06:18:07 안상우 mjmedi@mjmedi.com

『의방유취』제풍문은 ‘巢氏病源’으로 약칭된 이 책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風病諸候 아래 中風候가 첫 대목인데, 중풍이란 풍기가 사람에게 적중된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바람(風)은 四時 즉, 계절에 무관하게 어느 때나 불어오는 자연의 기운이므로, 어느 방향에서나 불어와 만물을 기르고 성장시키는(長養) 일을 주관한다. 바람이 병이 되는 것은 피부 사이에 감춰져서 안으로 소통되지 않고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방유취』소씨병원

여러 가지 풍증후로는 手足不隨候, 風不仁候, 風濕候, 蠱風候, 風熱候, 風氣候, 風冷失聲候, 中冷聲嘶候, 風瘙痒候 같은 다양한 풍증이 망라되어 있다. 심지어는 白癜風 같은 악성 피부질환이나, 被損久瘀血候, 腕折中風痙候, 腕折中風腫候, 刺傷中風水候와 같이 타박이나 어혈로 인한 경풍, 부종 같은 병발 증상이나 감염으로 인한 2차 증상까지 포괄하고 있어 매우 광범위하게 풍증의 종류를 구분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악풍과 나풍에 대한 기술이다. 풍병은 404종에 달하며, 크게 보아 오색 풍병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분히 관념적이지만, 사람의 몸속에 8만 가지의 尸蟲(구더기)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사람이란 존재는 이 벌레가 모여 이루어져 있으며, 만약 이들이 없다면 몸이 구성되지 못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나아가 여러 가지 악질이나 돌연히 생긴 병(橫病)은 모두 풍기가 생겨 사람의 몸을 해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5가지 종류의 풍사가 5가지 해충을 발생시키기에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하였다. 5종 풍증이나 풍병을 일으키는 해충을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들 풍증은 모두가 아주 악성 풍병으로 인체를 망가지게 할 수 있으므로 ‘疾風’이라고 부르며, 오장에 들어가면 오장을 갉아먹어 벌레가 생기게 되는데, 사람 몸속에서 벌레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마침내 골수에 까지 들어가게 되며 드나드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말한다.

무슨 엉뚱한 궤변인가 하겠지만 다음의 증상을 보면 무엇을 설명하려 애썼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만약 이 벌레가 간을 갉아먹으면 눈썹과 속눈썹이 빠지고 폐를 갉아먹으면 콧등이 주저앉게 되고 비장을 갉아먹으면 목소리가 바뀌게 되고 신장을 갉아먹으면 귀속에서 쐐쐐 하고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거나 벼락이 치는 소리가 나기도 하며, 심장을 갉아먹으면 손을 쓸 새도 없이 죽게 된다고 말하였다.

곧이어 나병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이어진다. “무릇 나병은 모두가 악풍이나 금기를 범해서 촉발된다. 처음에는 피부가 마비되어 감각이 무뎌지거나(不仁) 이리저리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가려워 고통스럽거나 혹은 눈앞에 실오라기가 드리워진 것처럼 뭔가 어른거리거나 갑자기 검붉은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것은 모두 이 병이다.”

그런데 이 병에 대한 대책이 다소 의외이다. 처음 시작하여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급히 치료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의가 없으나 米穀 즉 곡식이나 기름진 음식, 또는 비린 생선을 끊고 오로지 침깨(胡麻)나 소나무(松), 삽주 뿌리(朮) 같은 것만을 먹고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바꿔 말하자면 火食이나 美酒佳肴를 단절하고 벽곡하거나 혹은 아예 斷穀해야만 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극언하고 있다.

이러한 대처법은 唐시대 『千金方』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소금기도 끊고 항상 송진(松脂)을 먹어야 하며, 일체 공무나 사업, 세속의 일을 그만두고 점차 곡기를 끊은(斷穀) 채 1년 이상 견뎌야 병이 나을 수 있으며, 종신토록 성생활도 금해야 한다는 쪽으로 강화되었다. 우리 시대의 기생충 역시 현대사회를 이루는 일부라 할 수 있으며, 악질대풍과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와 탐욕은 반드시 수양과 자기 절제를 통해서 제어되어야만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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