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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순의 우리네 사는 이야기 그 후]라디오 등에 사연 보내 받은 상품만 2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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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벌컥벌컥 문을 열어대도 점심 주문이 벌써 끝나 파리도 졸고 있는 금자탑에서 이시순씨를 만났다.
이시순(송악면 중흥리)씨는 2005년도 당진시대에 ‘이시순의 우리네 사는 이야기’ 코너를 통해 톡 털면 참깨 한 대박 같은 이야기를 연재했었다.
“30대 후반에 라디오나 TV프로에 글로 참여해서 받은 살림만 해도 200가지가 넘지요.”
소소한 이야기로 이웃과 친구 그리고 가족들을 빛나게 해주었던 일이 보람되었고, 살림장만이 따로 필요가 없었다는 이시순씨.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갓 배운 운전 실력으로 그 짧은 등굣길에 시를 외워 들려주었단다.
매일 잠언을 한 편씩 옮겨 적어 아이들 학교로 배달하기도 했다며 글의 소재가 온통 아이들뿐이었던 그 때를 떠올렸다.
“아이들이 큰 학교에 진학하면서 소원하던 나의 방이 생겼지만 정작 방이 없던 그 때가 더 넉넉했던 거 같아요.”
“밥 한 그릇 안 먹으면 죽는 줄 알고” 목숨처럼 거둬 먹였던 아이들 떠난 자리에서 그녀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밥 한 그릇을 목숨처럼 차려내고 있었다.            
여전히 당진시대의 애독자로 남아 있으면서, 요즘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글을 계속 쓰고 있다는 이시순씨가 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이시순 씨의 글 한 편작년 여름 천둥번개 칠 때에 컴퓨터가 약간 낙뢰를 맞아서 아주 느려터져졌는데 어느 정도냐면 한번 켜려면 구구단 20단까지는 외우던 가, 다 맺지도 못하는 유행가 대 여섯 곡은 흥얼거려야 한다.
오늘도 바쁜 점심시간은 지나갔고 잠시 시간이 나기에 컴퓨터로 일 좀 할까싶어 켰더니 아예 맛이 가버렸나 응답이 없다.
“시인은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했지만, 이렇게 아무 때나 가버리는 컴퓨터를 누가 아름답다고 하랴.”
그리고 뭔 놈의 집이 낙뢰를 다 맞아?  평소 누가 내게 “저런 벼락 맞아 뒈질 놈” 이라고 욕했었나?
“그러지 않고야  나~~참, 벼락 맞을 일이 뭐있겠어. 그래도 개인적으로 맞지 않고 컴퓨터가 맞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지”하며 작업을 못하고 이 좋은 날씨에 식당 안에서 궁둥이 쭈그리고 앉아 일을 하려니 답답하여 짜증이 났다.
그리나 곧 혼자 달콤한 공상에 빠져
에잇. 누가 나를 번쩍 업어가지고 줄 행낭 쳐 줄 사람 없을까?
그러면 남편이 또 애들이 쫓아올까?
아님 아주 잘 데려간다고 박수 받을까.  그게 궁금하기는 한데 글쎄, 그런데 그렇게 나 같은 사람 업어다 뭐에 써먹지?
설거지 하고 새우잡고 멸치 잡는 외딴섬에 팔아버림 얼마나 받을까?
그런데서도 나를 받아주었다간 처치곤란일까?
에 효~~ 모르겠다.  그냥 밥 먹여주는 데서 고맙습니다하고 있자. 하고 있는데 아는 분이 방문하셔서 요즘 어찌 지내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세상을 변화 시킬 줄 알았는데 막상 다 크고 나니 이제 뭐든 시작한다는 게 무서워서 놀고 있다고 하니 웃는다.
나이 오십이 되어 정말 감사한 것은 내 주위에 너무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거다.
게으르고 부족하고 똑똑하지 못한 나에게 내 부족한 걸 채워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건 너무나 큰 복이고 행복인 듯하다.
어딜 갈 때 운전이 서툰 나를 항상 데리고 가주는 사람. 친정에서 뭘 가지고 오면 아예 내 몫까지 챙겨다주는 사람. 동네 대소사를 다 알려주며 같이 가주고 가끔은 멋진 영화 속으로 나를 초대해 주는 사람.
이외에도 작은 것으로 큰 감동을 주는 근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셨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기뻐하며 자칫 울적함에 빠질 수 있는 중년 살이를 이런 좋은 사람들로 인하여 즐겁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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