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시민기자 수필]“하늘로 간 하늘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 하늘이와 개띠 중 어떤 게 좋을까?”
“음..”
“언니, 하늘이 하자!”
“그래, 엄마도 하늘이가 좋겠다.”
“그래, 이제부터 얘는 하늘이다.”

캄캄한 밤 주인 손에 이끌려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을 찾아온 우리 집 하늘이는 그날 밤새 울었다. 고기도 줘보고 물도 갖다 주고 친해지려고 우리가족은 며칠을 보냈다.
오일쯤 지났을까... 하늘이는 이제 우리를 보고 꼬리를 흔들고 으르렁 거리지 않았다. 아이들도 ‘이제는 가까워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손에 먹을 것이 주어지면 반쪽씩 떼어서 갖다 주었다. 특히 우리 집 세 살 아이는 하늘이를 무서워하면서도 무척 좋아했다. 나의 품에 안겨서 내려가지는 못하고 계속 서서 구경하자고 한다. 이렇게 동물을 키워보지 못했던 우리 아이들은 하늘이를 많이 좋아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마당이 생기면 개를 키우자고 했던 나의 약속을 떠올려보았다. 아이들이 개를 키우자고 졸라댈 때마다 마당이 생기면 키우자고 미뤘던 것은 개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 둘러댄 거였다. 그런데 이사를 오면서 마당이 생기자 아이들이 제일먼저 한 얘기가 “우리도 이제 개를 키울 수 있겠구나”였다. 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 개를 무척 좋아했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지금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 이유는 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해진다는 것은 아무리 잘해줘도 하늘이에게는 해줄 수 없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하늘이를 보면서 내 마음이 짠해 올 테고 그렇게 정이 쌓이게 되면 훗날 하늘이와 헤어지는 날 정을 떼기가 힘들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게 싫었다. 개만큼 사람을 잘 따르고 자신의 주인을 확실히 구분하며 또 그 주인에게 복종하는 동물이 어디 있을까!
하늘이는 나의 마음속에 스펀지처럼 젖어들었나 보다. 점점 일을 하다가도 ‘하늘이가 잘 있을까’하고 걱정도 되고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면 제일 먼저 보이는 하늘이를 보며 미소 지으며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잘해주지 않아도 항상 킁킁거리며 좋아했고 두 발을 들고 내 다리에 올려놓으며 아는 체를 했다.

“멍멍~~”
“하늘아~!”

‘아참, 하늘이가 이제는 없지...’
대문 앞에서 꼬리 흔들며 반겨주던 하늘이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하얀색 털에 검은 점이 조금씩 있었던 우리 집 센돌이 하늘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우리 식구는 일이 생겨 삼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다. 내심 하늘이가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갈 수가 없었다. 괜찮겠지...
하지만 하늘이는 죽어있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표현할 수 없었다. 내가 좀더 신경을 써주어야 했지만 내가 다칠까봐 마음을 주지 않았던 나의 이기심이 하늘이를 죽였다.
지금도 마음에 큰 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그렇게 불쌍하게 떠나간 하늘이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너의 흔적을 적어본다. 용서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