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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모르던 70세 할머니, 운전면허 딴 사연] “운전면허 따서 한글 공부하러 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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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성 갈산리가 고향인 강춘자(70) 할머니는 7남매 중 장녀였다. 어찌하다 보니 오빠들과 동생들은 학교를 모두 마쳤는데 할머니만 배우지 못했단다.
“나만 못 배웠어... 그러니 얼마나 답답했겄어. 어딜 가서 내 이름도 하나 못 쓰니께. 버스를 타도 어딜 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못 배운 것이 한이 된 할머니는 자식들만큼은 하고 싶다는 공부는 끝까지 시켰다. 자식들 여우살이를 모두 마치고 한숨 돌리고 나니 할머니는 한글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V를 보면 노인네들 한글 가르쳐 주는 곳이 더러 나오더라고. 근데 당진에 그런 곳이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중에 당진읍내 노인취업센터인가 하는 곳에서 알려준다고 해서 당장에 가 보았지!”
할머니는 이웃의 소개로 대한노인회 당진군지회가 운영하는 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글이 어느 정도 눈에 익자 이번에는 자동차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운전면허는 필수잖어! 내가 한번 하기로 마음먹으면 꼭 하는 사람이여~ 아무리 힘들어도 해야지, 암~ 그리고 운전하는 건 하나도 안 어려워. 면허 딸 때는 옆에 앉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잖어. 깜빡이 켜라고 하면 켜고, 우회전하라고 하면 우회전하고...!”

젊은 사람들도 떨어지기 쉽다는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을 할머니는 모두 한 번에 합격했다. 하지만 역시 필기시험이 문제였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한 열 번쯤은 떨어졌을 것”이라며 웃는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는 “떡하니 합격을 했으니 장하다”고 은근슬쩍 할머니를 칭찬했다.
운전면허를 딴 할머니는 옆에 할아버지를 태우고 삽교천관광지로 바람을 쐬러도 다녀오셨단다. 이제는 대호지도 가고 고대도 가고 못 가는 곳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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