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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0] 순성면 갈산리
봄이면 하천 따라 벚꽃 흐드러지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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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동과 순성면의 경계 개발 더뎌
“수랏상에 올린 동림밤 마을 특작으로”

 

▲ 1. 갈산천을 따라 이어진 벚나무의 모습

 지금은 온통 짙은 녹음으로 가득하지만 겨울이 지나 새봄이 오면 가장 먼저 봄의 소식을 알리는 마을이 바로 갈산리다. 갈산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아름드리 벚나무마다 연분홍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갈산천은 당진천으로 이어지는데 저녁 무렵 운동하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갈산천은 당진천과 달리 산책로가 이어지지 않아 불편함이 따른다. 이 지역은 성북리에서 우두동까지 이어지는 고향의강 정비사업의 구간으로 지정돼 있어 올해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15년 하천정비가 완공될 계획이다.

 

▲ 2. 마을주민들에게 휴식처가 되는 오래된 느티나무

당진천으로 이어지는 갈산천“해마다 순성벚꽃 축제가 열렸었는데 올해부터 축제 장소가 봉소리 일대로 바뀌어서 아쉬워요. 당진동과 가깝고 벚나무도 꽤 크고 울창해서 참 멋진 곳이지요. 갈산천 일대에 공원이 조성되면 축제를 하기도 좋고, 시민들이 나와 운동하기도 좋을 것 같아요.”(구자남 이장)

갈산리는 대덕동과 맞닿아 있어 당진시내와 접근성이 좋지만 순성면 소재지인 봉소리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 발전이 더딘 곳이다. 도시개발도 대덕동까지 활발한 반면 바로 옆인 갈산리는 그렇지 못하다.
주민들은 발전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고령화와 더불어 이주민 비율이 꽤 높아 마을 공동체도 예전 같지 않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과거 갈산리는 고덕, 덕산, 면천 지역 주민들이 당진읍내로 나가던 길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갈산리를 지나 당진읍내로 가거나 우시장이 서던 기지시리로 갔다.

김근중 지도자는 “어렸을 때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이  소를 몰고 마을을 지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3.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

냇가에서 멱 감고 추석엔 콩쿨대회

 

마을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추석날마다 열리던 ‘콩쿨대회’를 기억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자랑도 하고 햇곡식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던 축제의 자리였다.

“시집온 지 얼마 안 된 새댁이라 심심하기도 하고, 시끌벅적하니 나가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땐 꾹꾹 참을 수 밖에 없었슈.” (안병자·75)

“나는 애들 재워놓고 시엄니 몰래 나왔다니께. 히히. 시골에서 구경할 게 없었으니께 그런게 재밌었지.”(이동선·82)

마을의 중심을 지나는 갈산천도 지금과는 모습이 사뭇 달랐다. 요즘처럼 푹푹 찌는 여름날이면 아이들은 냇가에서 멱을 감거나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물이 참 맑고 좋았어. 물고기도 많아서 낚시 해다 구워먹기도 했지. 냇가는 온통 모래밭이었는데, 그 땐 정비가 돼있지 않아서 비 오면 둑이 터지고 농사를 망치기도 다반사였어.” (조병영·81)

 

▲ 4. 갈산리 서해안고속도로 다리 밑에서 야유회를 즐기는 사람들

실하고 맛 좋은 동림밤

 

마을은 동림·돌소지·오리골·갈미라는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갈미에는 대동샘이라는 큰 우물이 있었다. 그곳에서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 빨래도 하고 물을 길어다 먹었다. 지금은 다 메워져 없어졌다.

마을회관에서 약 5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600년 된 큰 느티나무가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서낭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마을주민을 위해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쉼터가 됐다.

갈산리에서 오래 동안 살아온 주민들은 대부분 벼 농사를 비롯한 농업에 종사한다. 특화작물은 없지만 갈산리 자연부락인 동림지역에서 밤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동림밤은 과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실하고 맛이 좋을뿐더러 저장성이 좋기로 유명하다.

구자남 이장은 “동림밤 영농조합을 만들고 밤 생산 단지를 조성해 특화시킬 계획도 있다”며 “그러나 밤은 과수에 포함되지 않아 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보험적용을 받기 어려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 5.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

 

 

<우리마을 주민대표>

▲ (왼쪽부터) 김근중 지도자, 구자남 이장

“고향의강 정비사업 농업에 도움되길”

“마을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이고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주민이 많아서 마을 분위기가 옛날 같지 않아요. 매년 7월 7석 마다 경로잔치를 열고 있는데 주민들이 어르신들도 챙기고 서로 다독이며 위안삼지요.”

6년 째 갈산리 마을일을 도맡아 이끌어가고 있는 구자남 이장은 “갈산리가 당진과 순성의 경계라서 발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멋진 벚나무길과 당진천을 연계해 갈산천변이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근중 지도자는 “그동안 가뭄이면 마을까지 물이 닿지 않아 고생이었는데 고향의강 정비사업을 통해 농업용수 공급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당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다가 메워져 들판이 되고, 산이 깎인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전통마을의 모습은 물론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도 함께 변해간다. 이에 본지는 ‘우리마을 이야기’라는 기획을 통해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이 전통을 이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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