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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1998.04.27 00:00
  • 호수 221

심훈문학상 당선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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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데 혼자서 어떻게...”
주근깨가 장어를 굽고 있다가 셀쭉하니 웃었다. 한쪽 파라솔 밑에서는 세명의 남자가 둘러앉아 주근깨가 구워내는 장어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집에 있기도 뭣하고... 다른 사람이 나오지 않을 때 나와서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요.”
주근깨의 그 말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우리도 뭐 간단한 것 좀 주세요. 멍게도 좋고 낙지도 좋고.”
“멍게 조금, 낙지 조금 해서 한 접시 만들어 드릴까요?”
“그게 좋겠네요.”
“배가 오래 묶여서 어쩌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자주 있는 일이에요.”
주근깨는 손을 재게 놀려 낙지와 멍게를 반씩 섞어 한 접시를 만들어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미 얼굴을 많이 익힌 터라 간간이 이야기를 꺼내었고 또한 우리가 묻는 말에도 무리없이 대답을 해왔다. 그네 역시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민박집을 하고 있으나 민박 보다는 이 장사가 수입이 꽤 짭짤해서 손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남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찾아오는 민박손님이나 받을 뿐 거의 하는 일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시어머니와 아이까지 합쳐 주근깨 혼자 몸으로 벌어 먹이는 셈이었다. 뭍에 나가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는 왜 나가고 싶지 않겠냐고, 하지만 여기서 살다 보니 여기가 전부인 양 살아가게 되더라며 어둠이 짙은 바다를 오랫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세명의 남자가 돌아가고 나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거기 앉아 있었다. 주근깨의 그런 외롭고도 신산스런 삶이, 그러면서도 뭔가 부끄러워하고 수줍음 잘 타는 순박함이 우리의 발목을 더욱 붙잡았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인데, 더 이상 찾아오는 손님이 없게 되자 주근깨는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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