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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

씁쓸한 승리
유화단지 입주 막았으나 해결해야 할 문제 산적

승리라는 것, 이긴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또한 대단한 가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은 내내 승리를 염두해 두고 승리를 추구하는 삶이라 해도 맞는 말일 것이다. 어떤 꿈을 이루고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성취해가는 것도 방종이나 나태의 유혹과 싸워서 이겨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승리는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고 삶의 기회를 주며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만큼 승리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승리를 하고도 기쁨보다는 씁쓸함이 앞서고, 만족감보다는 허탈감이 더하고, 보람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상한 일을 겪고 있다. 거의 3년 가까이 끌어온 싸움에서 이겼는데도 왠지 허탈하기만 하다. 지난 17일 석문공해공단 및 한보화력반대 투쟁위원회가 해단식을 가졌다. 한시적으로 시급을 요하는 지역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됐던 투쟁위가 그 목적을 다하고 해체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열정을 바쳐 활동했던 단체가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반환경적인 행위와 싸워 분명히 승리를 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열정을 다했던 싸움이었는데도 승리한 개선장군도 없고 자축하는 축제마당은 물론이고 그 어느 곳에서도 승리에 대한 기쁨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왜 우리는 이기고도 승자의 기분도 못느끼고 승자의 입장도 못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첫번째는 이번 승리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다른 한보화력이나 유공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우리앞에 나타날지 모르고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려는 무리들이 호시탐탐 쾌적한 우리고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적인 유망업종 입주가 결정될 때까지는 그들은 또다시 넘볼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현실, 특히 우리고장의 경제가 극도로 악화된 현상황 때문에 승리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한보사태로 당진의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침체된데다 IMF사태로 또한번 깊은 수렁에 빠지는 상황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게릴라성 폭우가 축복받은 당진땅을 참담하게 만들었으니 지역경제는 갈기갈기 찢긴 부상병동과 같아 유공을 막은 것이 당장 아무런 도움이 못되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환경문제나 실질 개발혜택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발이란 미명아래 경제논리만 앞세운 반환경적 사업을 최선인양 현혹시켰던 저들의 획책 때문에 기대심리로 잔뜩 들떠있던 지역주민들은 더욱 크게 낙담하게 됐다.
세번째, 지금 당장은 후속대책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보람보다는 허탈감이 앞서는 것이다. 석문공단의 경우 IMF로 기업마다 구조조정과 자금부족으로 거의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좀처럼 앞날을 예견할 수 없다. 물론 (주)SK 입주가 결정됐다 해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며 주위 어디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네번째로는 이번 승리가 우리가 강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고 상대가 약해져서 이긴 것이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보는 이른바 당진경제를 수렁에 몰아넣은 한보사태로 풍비박산났고 (주)SK는 주민반대를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현 경제상황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는 점이 우리에겐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번째로는 이번 싸움에서 우리지역 주민들이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 아쉽다. 기업의 생리상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점을 익히 알듯이 상대방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우리지역 주민들을 유혹·분열을 책동하여 심한 갈등을 빚게 만들었다. 결국 저들의 목적대로 지역주민들이 반목하는 상황속에 우리들만 깊은 상처를 입은채 이번 싸움이 끝났다. 석문공단은 언제 조성될지 요원하고 재산권 행세도 못하는 편입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는 상황속에 아직도 투쟁위를 원망하는 지역주민들이 있다는 것은 실로 가슴아픈 일이다.
지역의 환경을 지키고 지역개발의 올바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벌였던 싸움이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우선 앞으로 우리지역에 반환경적인 개발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당장 어렵다고 언발에 물 붓기식의 개발을 지양하고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지역주민들에게 개발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는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의견을 한데 모으고 우리의 환경을 지키는데 힘을 결집시켜야 하겠다.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석문공단의 효율적인 개발을 촉구하고 편입피해 주민들을 위한 제도적 구제방안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당국의 한보문제 조기타결과 고대·부곡공단의 활발한 개발을 촉구하여 지역경제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석문공단에 환경친화적인 기업이 하루빨리 입주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겠다. 또한 지역주민간 그동안 반목하고 미워했던 해묵은 감정을 풀고 화합하기 위해서 힘써야 하겠다.
아무튼 환경오염의 수렁텅이에서 우리고장을 지킨 우리의 승리가 가치를 더하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더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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