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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8.11.09 00:00
  • 호수 248

□실업자들의 썰렁한 가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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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 실업률 10%, 충남에서 가장 높아
전국평균 7.5%보다도 높아

지난해에 대학을 졸업하고 동년배들에 비해 뒤늦게 사회에 첫발을 내딘 양모(남, 28세, 당진읍 구룡리)씨는 매일 아침 남산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한다. 이제 얼마 있으면 30대에 들어서지만 그는 아직 직업이 없다. 얼마전 공무원시험에 응시했지만 보기좋게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날로 어려워지는 취업난에 기업에 응시할 생각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공무원시험만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는 높은 경쟁율 때문에 언제 직장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지역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한때 한보철강과 동부제강 등 각종 공장시설의 유치로 직접적인 고용창출과 함께 지역협력업체의 활성화로 많은 일자리가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터진 잇따른 경제악재는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대규모 감원과 연이은 기업부도로 수많은 지역민들이 직장에서 내몰렸으며 외지에 나가 있던 많은 젊은이들 또한 실업의 아픔을 가슴에 지닌 채 고향에 돌아왔다. 그나마 농업이 아직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어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노숙자들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단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 경제관련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진군 지역경제과에 따르면 현재 당진군의 실업률은 10%대로 전국 평균 실업률 7.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며 충남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군에서는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지역경제과 김봉환 과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체를 유치해야 하는데 각종 사회간접자본 등 주변여건이 형성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우선은 한보철강이 정상화되는 길이 지금의 실업난 해결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해외매각마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보면 현재의 실업난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인근 대학의 컴퓨터과정에 다니고 있는 양씨는 이번 가을이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게 느껴진다. “농사를 망친 농부가 힘든 겨울을 나는 것처럼 ‘월동준비’를 제대로 못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애써 말하는 양씨는 오히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린다.
가까운 시일안에 고용창출에 대한 밝은 소식이 없는 한 양씨와 같은 젊은이들에게 다가오는 겨울은 유난히 추운 계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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